미국 항공업계 재편 예고

라이벌 항공사들 일단 유리…장기적으로는 저비용 전략 택할듯세계 2위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이 파산 보호 신청을 피하기 힘든 최악의 경영위기에 직면함에 따라 미국 항공업계의 전면적인 재편과 급격한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유나이티드의 모회사인 UAL 주가는 5일 뉴욕 증시에서 정부가 채무보증 요청을거부했다는 소식에 59%나 곤두박질쳐 결국 거래가 정지됐으며, 이르면 내주 초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나이티드의 파산이 몰고 올 여파를 우려하는 가운데 아메리칸, 델타, 노스웨스트 등 라이벌 항공사들의 이해득실을 가늠하고 있다. 우선 유나이티드가 연방 파산법 11조에 따라 파산보호 신청을 할 경우 단기적인 단순 전망으로는 경쟁 항공사들이 시장 점유율 제고를 통해 영업이익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나이티드가 파산법원의 관재 하에 필사적인 갱생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기존 노선을 현상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나이티드가 얼마나 노선을 줄일 지는 비용 절감과 자산 매각을 통한 자구노력의 성패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탑승자들이 유나이티드의 항공기를 일단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라이벌 항공사들에는 호재로 작용될 만하다. 실제로 이날 증시에서 이들 라이벌 항공사의 주가는 대부분 오름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아메리칸과 델타 등 대도시 터미널 중심의 대형 항공사들이 유나이티드와 같은 저비용 전략을 채택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는 자유코스식 노선 활용과 기내식 서비스 축소를 통해 싼 요금에 승부를 거는 소규모 디스카운트(저가할인) 항공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우스웨스트, 제트블루 등 디스카운트 항공사들은 최근 몇년 간 저가 전략으로 메이저 항공사들의 점유율을 상당 부분 잠식해왔다. 예일대학에 출강하는 전직 항공사 임원 마이클 E.레빈은 "대형 항공사들의 이상이 얼마나 실현될 지 모르지만 반드시 저비용 전략을 추구하게 될 것"이라며 "비용을 줄이지 못하면 곧바로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미국 항공업계는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연방정부가 내놓은 50억달러의 특별 지원자금에도 불구하고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경기침체와 테러효과는 적극적인 처방이 무색할 정도의 심한 타격을 대형 항공사들에 가한 것이다. 또 유나이티드의 파산 위기는 항공 서비스를 전반적으로 단순화하고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생사 여부가 관건인 다른 항공사들도 어차피 인건비나 기내식, 자재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생존을 모색할 공산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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