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이 6개월의 산고 끝에 이희범 회장을 추대하는 데 성공한 것과 달리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여전히 회장을 찾지 못해 '유령단체 아나냐'는 불명예를 벗어 던지지 못하고 있다.
전경련 수장이 재계를 대표하는 자리인 점을 감안할 때 공백 장기화에 따른 재계 리더십 부재는 수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전경련 앞에는 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지원 뿐만 아니라 신사옥 준공 등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태다.
특히 정부가 대-중소기업 상생을 화두로 대기업들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머리없는 전경련'이 지리멸렬한 모습만 보이고 있어 산업계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하지만 조석래 회장 사의표명으로 공석이 된 차기 전경련 회장 선출 작업은 현재로선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무엇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유력 후보군인 4대그룹 총수들이 직간접적으로 회장직 수락 고사 의사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발적 후보자도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더해 전경련 역시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정병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최근 "(조 회장이) 아프셔서 사의를 표명했는 데 바로 다음 회장을 뽑겠느냐. 말이 안된다"며 말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병철 부회장이 직무대행을 하고, 조 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2월 주주총회 때나 차기 회장을 선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2월까지 전경련은 있으나 마나한 재계 단체로 숨만 쉬는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전경련은 1999년 김우중 회장이 대우사태로 중도하자한 이후 지금까지 차기 회장 선출 때마다 후임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른바 실세 회장들이 회장직을 고사하면서 전경련의 리더십도 적잖은 상처를 받아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 입장에서는 후임자 공백 기간이 오래가지 않은 상태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중소 상생 등 최근 현안에서 기업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 역시 재계를 조율하고 이끌 전경련의 리더가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