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이어 국세청이 현대, 삼성에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재계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단순한 정기조사」라는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 그 배경과 함께 세무조사 결과가 오너의 경영권 세습문제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폭발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국세청의 정기법인세 조사는 비단 현대, 삼성에 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5년마다 실시하는 조사는 올해 300여개 기업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4대그룹도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조사는 지난 97, 98년 IMF기간동안 집중됐던 주식이동 조사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BW(신주인수권부사채), 외자유치 등을 통해 편법적으로 이뤄져온 오너의 변칙상속 또는 증여 여부를 밝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세무조사에서 이같은 혐의가 밝혀질 경우 해당기업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개혁의 철퇴를 맞게되리라는 예상이다.
우선 현대는 공정위의 현대 계열사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사실과 다르다는 공식 반응과는 달리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달 경영권 분쟁 파문이 있었던 데다 지난해에는 13조9,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강행했던 만큼 공정위나 국세청의 조사는 불가피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부당내부자거래 혐의와 관련, 현대는 『증자과정에서 일부 계열사들이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참여한 경우는 있으나 이를 강제로 할당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는 계열사 증자과정에서 자금사정이 어려운 일부 계열사가 기존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쩔수 없이 지분참여를 한 경우는 있으나 이 역시 강제로 할당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룹 일각에선 『공정위가 무언가 특별한 증거를 외부로부터 확보한 것이 아니냐』며 불안해하기도 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하순부터 공정위 직원 5명이 나와 중공업과 기타 계열사간 거래내역에 대한 조사를 벌였으며 현대상선도 지난달 공정위에서 5일 가량 계열사간 거래자료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세청의 정기법인세 조사에 대해 현대는 『5년가량 세무조사를 받지 않은 계열사들이 대상이 될 것』이라며 『국세청으로부터 아직 공식적으로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내달부터 법인세 정기세무조사를 받게될 것으로 알려진 삼성도 『정기적인 조사로 특별한 의미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반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삼성 계열사 지분이 이건희(李健熙) 회장에게서 장남 이재용(李在鎔)씨에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변칙적인 상속이 이뤄졌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이번 국세청 조사의 핵심이다. 하지만 재계에선 삼성측이 국세청 조사를 예상하고 상당히 오래전부터 대비해왔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문제는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만큼 법적인 대책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같은 세무조사가 오너의 경영권 세습 자체를 막기 위한 큰 정책의지를 정부가 깔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신 「경고성」이며 실제 오너의 경영권을 문제삼을 경우 재계의 저항이 따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재계 관계자는 『총선후 정부가 이들 그룹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라며 정치적 수순으로 해석했다.
다시말해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사실상 승리하면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재계가 섣불리 현 정부에 반발하고, 야당측으로 힘을 이동시키지 않도록 사전 경고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 일각에서는 대북창구가 현대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교정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어 앞으로 사태전개가 주목된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
입력시간 2000/04/20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