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검찰 "유병언 측근 일단 잡고 보자"

박근혜 대통령 질책에 강도 높여
지난 8일에만 10명 체포
4명은 혐의 없어 풀어줘
검경, 유관기관 긴급 회의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 작전이 20일째에 접어들면서 다급해진 검찰이 유씨의 도피를 돕는 측근들을 잇달아 체포하고 있다. 지난 8일에 체포한 사람만 10명, 이 중 석방한 사람이 4명이다. '조금이라도 의심 가면 잡고 보자'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유병언을 못 잡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검경을 강하게 질책하면서 이 같은 유병언 옥죄기는 강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경과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 관계자에 따르면 8일에만 인성농장 양계장 관리인 이모씨와 순천 스쿠알렌 지점장 서모씨, 해남 소재 매실농장 관리인 이모씨, 순천교회 신도인 최모씨 부부와 백모씨 부부, 해남교회 상담원 서모씨, 해남교회 성인회장 나모씨, 에그앤씨드 진천공장 직원 나모씨 등 구원파 신도 10명을 체포했다. 모두 유씨와 장남 유대균(44)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7일까지 2주간 잡아들인 사람이 12명임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 유씨 도피 협력자 체포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더구나 8일 체포한 10명은 대부분이 긴급체포였으며 이 가운데 5명은 혐의점을 못 찾거나 도피에 관여한 정도가 낮아 석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에는 구원파가 종교단체임을 고려해 신병확보에 다소 조심스러워했지만 최근에는 '물불 안 가리고' 체포하고 있는 셈이다. 가령 해남 매실공장 관리인 이씨의 경우 금수원에서 승합차를 몰고 해남에 간 정황이 포착되자 바로 체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씨는 금수원에서 수확한 매실을 해남에 실어나르기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원파의 총본산인 금수원을 재진입할 움직임도 감지된다. 당초 검찰은 "유씨 부자가 금수원에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금수원 재진입은 없다"고 밝혔으나 상황이 급박한 만큼 입장을 뒤집는 결정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경은 7일께부터 금수원 상공에 헬기를 띄워 내부 동향을 꾸준히 살피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당장 금수원에 진입하지는 않겠지만 금수원 내부에서 유씨 부자 행방에 대한 단서가 포착되면 언제든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최근 유씨 일가의 검거를 독촉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검찰의 체포작전 강도도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유병언 검거를 위해 검찰과 경찰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못 잡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검경을 강하게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과 이달 2일에도 유병언의 이름을 거론하며 조속한 검거를 독려했다.

검경은 해남·목포 등에 유씨가 숨어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이 지역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해남에만 검사·수사관·경찰관 등 150여명을 투입해 집중 수색하고 있으며, 특히 유씨의 밀항을 막기 위해 이 지역 항만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인천지검 해운비리 특별수사팀(팀장 송인택 1차장검사)은 10일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이인수 전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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