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김진호 대우산업개발 대표

입사 때부터 경영자 마인드로 일해… 사장만 11년째죠
대형단지 욕심 안 내고 중소형 잘 만들어 공급
2015년 매출 6000억 올려 '이안' 명성 회복
중국시장 공략 강화해 해외매출 비중 확 높일것



탤런트 김희선이 드라마 '신의'로 6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공백기 동안 결혼과 출산을 경험한 그녀는 한껏 물오른 연기로 시청자의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여전한 미모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녀가 브랜드 론칭 때부터 7년간 광고모델을 맡았던 아파트 '이안(iaan)'도 곧 컴백한다. 대우산업개발(옛 대우자동차판매 건설 부문)은 9월 전주 삼천동에서 702가구 규모의 재건축 아파트를 신규 분양한다. 모기업의 자금난과 주택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지난 2009년 10월부터 아파트 공급을 중단한 지 꼭 3년 만이다. 그 사이 회사명과 주인이 바뀌었지만 브랜드는 그대로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진호(57ㆍ사진) 대우산업개발 대표는 "사람들이 첫사랑을 오래 간직하듯 소비자의 첫사랑이 될 수 있도록 대형 건설사 못지않은 품질과 맞춤형 설계를 선보일 것"이라면서 "이안 아파트의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1979년 ㈜한양에서 건설업계에 첫발을 디딘 김 대표는 33년의 직장생활 중 11년을 최고경영자(CEO)로 지냈다. '직업이 CEO'라는 말을 들을 만하다. 2003년 46세에 한신공영 사장이 됐고 2008년부터 올 1월까지는 우림건설 총괄사장을 지냈다. 2월부터는 대우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겨 경영정상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CEO까지 오른 비결에 대해 김 대표는 "입사 초기부터 CEO 마인드를 갖고 일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학군(ROTC) 장교를 마치고 입사한 한양은 당시 국내를 대표하는 건설사였다. 특히 행정력과 조직력에서 타사를 압도했다. 김 대표는 "다른 건설사가 주산을 쓸 때 한양은 일제 전자계산기를 사용했고 컴퓨터(PC)와 팩시밀리를 가장 먼저 도입할 정도로 선진적이었다"며 "왼손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오른손으로 문서를 작성하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인생의 멘토로 한양의 창업자인 배종렬 회장을 꼽았다.

"대학원 석사과정 1학기를 마치고 입사시험을 봤는데 배 회장께서 장교 생활을 하면서 어떻게 대학원을 다닐 수 있었느냐고 묻습디다. 교관을 하면서 시간이 남아 공부를 시작했다고 하니 입사하면 중동 현장에 나가야 하는데 가능하겠느냐고 하더군요. 일단 대학원을 마쳤으면 하지만 회사에서 '명령'하면 가겠다고 하자 웃으시면서 공부를 마치고 가라면서 합격시켜주더군요."

1981년 석사학위를 받은 김 대표는 사우디로 파견돼 기술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한번은 공사 현장을 방문한 배 회장이 그를 보고 "자네 여기서 일하나?"라고 물으면서 알은체를 했다. 일개 사원이지만 회장이 자신을 기억하는 것을 보고 절로 어깨가 으쓱해졌다.

5년간의 사우디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김 대표는 원가 계산이나 자재 구입, 업체 선정 등을 총괄하는 핵심부서인 공무부에 배치됐다. 매일 회사로 출근하면서 그는 마음 속으로 "배 회장, 기다려라. 내가 출근하니 걱정하지 마라"라고 마음 속으로 외쳤다. 10분 정도 지각하면 "괜찮다. 30분 더 일하면 된다"고 스스로에게 주문했고 실제 그렇게 했다. 대리 시절에 부서 회식을 하거나 야근을 할 때면 아내에게 "배 회장하고 식사, 회의하니 늦는다"고 전화했다.

"하도 배 회장을 들먹이니까 아내도 아침에 저를 깨우면서 '배 회장이 찾는다. 빨리 출근하라'고 할 정도였어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자기계발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말단 사원이지만 CEO에 대한 강한 믿음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했고 월급쟁이 사장인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인드에 지독한 노력이 더해져 김 대표는 한양에서 승승장구했다. 35세에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최연소 현장소장이 된 그는 과장이 된 지 2년 만에 차장으로 승진했고 또 1년 만에 부장을 달았다. 하지만 1993년 한양이 부도가 나면서 공채 동기들과 일괄사표를 낸 김 대표는 대아건설로 스카우트됐다.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경남기업 인수를 진두지휘하는 등 사세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

IMF 외환위기로 국내 건설사가 어려움을 겪던 2003년 초 한신공영 대표가 된 그는 5년간 3조4,000억원어치를 수주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8년부터 우림건설 총괄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도중에 회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악조건 속에서도 3년간 13개 아파트 단지를 준공할 정도로 뚝심 있는 경영을 펼쳐 보였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건설업과 금융업의 연관성이 높아지자 금융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2009년 부동산투자 및 금융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어렵다는 현재의 건설업 위기 상황에 대해 김 대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을까. 그는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길이 있는 법"이라며 "중견 건설사의 경우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오히려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우산업개발은 올 들어 마포로3-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비롯해 진해 장천동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카자흐스탄 공동주택 등 10개의 프로젝트를 새로 수주했다. 상반기 수주 실적이 5,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말까지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에서 2,980억원, 민간(단순도급) 및 주택사업으로 4,080억원, 공공사업과 해외건설사업에서 각각 620억원과 1,510억원 등 약 9,200억원어치의 수주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올해 초 세운 수주 목표보다 2배가량 많은 금액이다.

김 대표는 "중견 건설사가 시공 품질면에서 대형 건설사에 결코 뒤지지 않으면서도 가격 경쟁력은 오히려 낫다"면서 "덩치가 큰 대형사에 비해 의사결정이 빠르고 방향 전환이 쉬운 중견 업체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로 마포로3-3구역의 경우 대형사가 시공사로 선정돼 있었지만 대우산업개발이 합리적인 수준의 공사비를 제시해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대형 건설사가 브랜드 차별화를 위해 조경이나 커뮤니티센터 등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결국 조합원들과 수분양자에게 부담으로 돌아간다"면서 "조합원이 수억원의 분담금을 추가로 내야할 만큼 대형사 아파트의 브랜드 가치가 크다고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대형 물량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게 김 대표의 방침이다. 대우산업개발이 올해 수주한 물량 중에는 19가구 규모의 기업체 사택에서부터 832가구의 아파트까지 중소형 단지가 대부분이다. "우린 멧돼지만 잡으려 하지 않습니다. 토끼면 어떻습니까. 오히려 토끼가 잡기 쉽죠. 100가구 좋고 500가구도 좋습니다. 대형 단지에 욕심 내지 않고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원이나 수분양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겁니다."

김 대표는 9월 중 기존 대우 이미지와 대우산업개발의 기업 아이덴티티(CI)가 융합된 이안의 새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선보일 계획이다.

법정관리 첫해인 올해 대우산업개발의 매출은 1,7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매출 비중이 90%가 넘고 이 중 대부분이 주택사업을 통해 창출된다. 김 대표는 내년에 해외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필리핀 자모라그룹이 발주한 3,000억원 규모의 댐공사에 20~30%의 지분을 투자하기로 계약을 맺었고 마닐라 인근의 섬 지역에 대규모 복합레저시설을 짓는 프로젝트에도 컨설팅 및 건설사업관리(PMㆍCM) 업체로 참여할 계획이다. 또 리비아 공항청사 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몽골 울란바토르 연회시설과 베트남 하이퐁시 병원건물 공사도 수주에 임박한 상태다.

특히 모기업인 풍화그룹과 함께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대우산업개발의 지분 62.47%를 보유한 풍화그룹은 중국 남부에 위치한 광둥성 동관시에서 부동산개발업으로 큰 수익을 거둔 기업이다. 김 대표는 "풍화그룹이 후남성에서 132㎢ 규모의 부지에 대규모 주택단지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데 기획단계에서부터 컨설팅을 하고 있다"면서 "동관시 쉬파이의 하얏트호텔 컨벤션센터 및 호텔 건설 공사에도 PMㆍCM으로 참여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에 30년 이상 몸담으면서 숱한 건설사의 명멸을 지켜봐 온 김 대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영속성을 유지하면서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수익과 영리만 목적으로 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고 본다"면서 "기부나 봉사활동 등 사회공헌활동도 중요하지만 망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국내 사업에서의 실지(失地) 회복과 해외 수주 확대를 통해 오는 2015년까지 매출을 6,0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밝혔다. 언제까지 현업에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낼모레 환갑이지만 앞으로 10년은 더 일하고 싶다"면서 "하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껄껄 웃었다. 그가 건설업계 최장수 CEO가 될 수 있을지는 대우산업개발의 부활에 달렸고 대우산업개발은 이제 막 날갯짓을 시작했다.







● 김진호 대표는



▦1955년 경기 남양주 ▦1977년 인하대 토목공학과 졸업 ▦1981년 건국대 경영학 석사 ▦2009년 경기대 경영학 박사 ▦1979~1993년 ㈜한양 ▦1993~2002년 경남기업(옛 대아건설) 총괄본부장 ▦2003~2008년 한신공영 사장 ▦2008~2012년 우림건설 총괄 사장 ▦2012년~ 대우산업개발 사장 ▦2006년~ 나사렛대 객원교수 ▦2007년~ 한양대 환경공학대학원 겸임교수 ▦2007년~ 한국리모델링협회 회장









"최대주주 중국 풍화그룹 건설 노하우 필요해 투자
기술유출 걱정 안해도 돼"



김 대표, 자금출처 의혹 일축

성행경기자




대우산업개발의 최대주주는 중국 풍화그룹이다. 지난해 12월 대우자동차판매가 대우송도개발과 대우자동차판매ㆍ대우산업개발 등 3사로 분할되기 전 풍화그룹은 홍콩 내 자회사인 신흥산업개발을 통해 2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 대우산업개발의 지분 62.47%를 매입하기로 했고 지난 6월 대금을 모두 완납했다. 이로써 대우산업개발은 국내 건설사로는 처음으로 중국 자본이 투자한 사례가 됐다.

풍화그룹은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성장한 기업이지만 2010년 매출액이 5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우산업개발에 투자한 자금출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진호 대우산업개발 대표는 "모든 의혹은 루머에 불과하다"면서 "부동산 개발업을 하고 있는 풍화그룹은 한국 건설사의 기술력이 필요해 투자한 것일 뿐"이라고 항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뒤 재매각한 상하이차처럼 풍화그룹이 '기술 먹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중국 건설사의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랐지만 여전히 시공품질이 떨어지고 주먹구구식이 많다"면서 "풍화그룹은 자신에게 없는 시공 경험과 기술력이 필요했고 새 주인을 찾고 있던 대우산업개발과 서로 궁합이 맞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건설기술에는 유형도 있지만 기획력이나 사업관리능력ㆍ디자인 등 무형의 기술이 많다"면서 "쌍용차처럼 기술 유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대기업이 건설사를 인수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재무구조가 악화되자 '꼬리 자르기' 식으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건설사를 거들떠 보지도 않는 상황에서 대우산업개발이 중국 기업의 투자를 받은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시각이다. 특히 그는 중국기업으로의 피인수가 국내 건설사에는 새로운 활로를 찾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와인 수요가 급증하니까 중국인이 프랑스의 포토 밭을 통째로 매입하는 것을 보십시오. 정말 무서운 나라 아닙니까. 중국 업체의 글로벌 M&A가 활발한데 한국만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중국 건설 시장이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지만 국내 건설사가 단독으로 진출해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어요. 반면 현지 기업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훨씬 수월합니다. 중국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 무궁무진합니다. 풍화그룹의 텃밭인 광둥성 동관시를 비롯해 후남성 등 낙후지역을 중심으로 맞춤형 주택사업을 펼칠 계획입니다."

김 대표는 "짧게는 3~5년, 길어도 10년이면 플랜트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기술력 우위가 사라지고 시장을 잠식당할 것"이라면서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한편 기획력이나 컨설팅 및 건설사업관리(PMㆍCM)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 건설사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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