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에서는 최근 중국에 대한 환상이 점차 엷어지는 대신 거대해진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는 ‘중국 위협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 대한 거부감 탓에 상대적으로 중국에 쏠렸던 관심이 고구려사 왜곡문제라는 변수에 부딪혀 정치권의 미묘한 기류 변화를 이끌어낸 셈이다.
지난 4월 열린우리당 당선자 가운데 63%가 중국을 대외정책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나라로 꼽은 것에 비하면 적지않은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야당의원일수록 이 같은 ‘중국 위협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하면서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만 일부에서는 단순한 경제관계 이외에 중국이 한반도 평화구도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중장기적인 국제 역할구도를 바라봐야 한다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중국사정에 밝은 우리당 정덕구 의원은 “이제 중국은 한국에 있어 득이 될 수도, 해가 될수도 있는 복합적인 요소로 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양국관계는 긍정론과 부정론, 협력과 경쟁이라는 요소를 동시에 갖춘 복합적인 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한나라당 유승민 제3정조위원장은 “중국이 모든 부분에서 우리를 역전하면서 빠른 속도로 우리 산업을 추격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5년 후에는 협력관계가 아니라 우리가 중국에 종속될 것”이라며 중국 위협론을 역설했다.
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중국 경제를 우리에게 오히려 기회로 보는 적극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면서도 “국내기업이 미처 대처하지 못할 만큼 중국의 발전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점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권오을 위원도 “이제 중국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경제적으로 도움될 수 있는 파트너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양면성이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바람직한 양국간의 경제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해법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의 유승민 제3정조위원장은 “기술경쟁력이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한국이 많이 있어야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고 중국과의 무역수지 등의 균형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중국 진출시 저임금에만 의존해온 관행에서 벗어나 ▲한국 기업의 대규모 프로젝트나 파이낸싱, 첨단 서비스 진출 ▲대중 전문가 분야별 육성 ▲현지 진출기업의 공동사업 추진 등을 통해 중국내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한차원 끌어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적극적인 대처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당 이경숙 의원은 “정치적ㆍ외교적 해법을 병행해야 한다”면서도 “경제협력 때문에 역사를 바로잡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장기적으로 중국에게 더욱 우스운 상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야 의원들은 9월 정기국회때 공동으로 특위를 구성, 이를 정치쟁점화하는 한편 조만간 평양을 방문, 남북한의 공동 대응책을 모색하는 등 모처럼 당파를 떠난 초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