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간의 조세형평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정부가 해마다 약속하는 근로자 세금 경감대책이 실효성이 없는 구두선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01년 봉급생활자들이 내는 근로소득세액은 7조1400억원으로 자영업자들이 낸 종합소득세액보다 1조 6088억원이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0년에 비해 3349억이나 더 많은 것으로 외환위기 이후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간의 세금격차는 해마다 커지고 있다. 경제규모와 함께 자영업자들의 소득규모가 커지고 있는데도 이처럼 세금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조세불공평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은 봉급생활자에 비해 자영업자들이 훨씬 많은데도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내는 세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기본적으로 자영업자들에 대한 조세제도 및 징세 행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세원 포착률이 낮다는 점이다. 유리지갑에 비유되는 봉급생활자와는 달리 자영업자에 대한 세원포착이 형편없이 낮다는 것은 의료보험통합과정을 비롯해 여러 가지 실증적인 자료에 의해서 확인된다. 최근 신용카드 사용 확대 등으로 어느 정도 개선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현금거래 비중이 높고 위장가맹점을 통한 수입누락 등이 빈번함에 따라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은 여전히 낮다. 또 수입규모가 파악되더라도 경비지출에 대한 투명성이 낮고 세무비리 개연성 등으로 공정한 과세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간의 조세 불공평이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 된다. 더구나 막대한 공적자금 상환부담과 더불어 사회 복지망의 확충 등으로 재정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재정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조세수입이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조세 불공평을 그대로 둔 체 조세수입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조세형평을 실현하고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자영업자에 대한 공정한 과세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세원파악을 위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도 거론된 바 있는 별도의 기구나 국세청 조직개편을 통한 전담반 설치 등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수입 탈루 방지와 함께 경비의 과다계상을 통한 탈세, 세무비리 등을 차단하는 방안이 아울러 강구될 때 공평과세가 실현될 수 있다. 경제정의 실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조세형평이다, 월급쟁이만 봉 노릇 하는 불합리한 조세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김민열기자 my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