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저물가] 정부 '두마리 토끼' 속앓이

정부는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원만히 진행하고 금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저금리체제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채권시장안정기금을 10조원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물가는 우려할 만한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아직은 선택의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등 연구기관과 시장관계자들은 정부가 인위적인 저금리체제를 유지할 경우 경기가 과열되면서 물가불안을 야기시키는 것은 물론 눌러놨단 금리가 오를 경우에는 폭발적인 양상이 될 수 있다면서 단기금리 인상등 선제적 물가관리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첨예한 대립양상을 빚고 있는 양측의 입장을 알아본다. ◇저금리 유지론=정부는 저물가, 저금리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먼저 경기진단과 관련, 현 경기상황을 과열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3.4분기 경제성장률(GDP)이 12.3%이지만 98년 마이너스 7.1% 성장을 고려하면 4.3% 성장에 불과하고 물가역시 올해 들어 1~10월중 0.7% 상승에 그치는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내년에도 경제성장 5~6%, 물가 3% 수준에서 관리해 저금리, 저물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상황과 관련, 재정경제부는 아직 우리의 경제성장(계절조정 GDP성장률)이 잠재성장률(KDI는 5~6% 추정) 이하에 머물고 있고 실업자도 100만명 이상에 달하는등 과열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인플레 압력이 가시화되지 않은 여건에서 선제적인 통화긴축등 통화정책의 전환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저금리 유지를 특히 강조하는 이유는 구조조정과 주식시장 때문이다. 기업 및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내년 2월의 대우채권 95% 환매, 내년 7월의 채권 시가평가제 전면실시등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를 경우 그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투신 수익증권의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투신 구조조정이 물건너 가게 된다. 150조원 규모의 투신이 다시 흔들릴 경우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전체가 엉망이 되게 된다. 저금리 체제가 무너지면 은행권도 흔들린다. 30조원 규모로 운영중인 채권시장 안정기금에 엄청난 평가손이 나면서 은행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저금리가 흔들리면 주식시장도 망가진다. 따라서 정부는 무슨일이 있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저금리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4월의 총선이라는 정치적인 일정또한 이같은 결정에 일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제적 물가관리론=선제적 물가관리론을 주장하는 학자, 또는 연구기관들은 정부가 현재 저금리체제를 유지할 수단도 명분도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대신 정부가 물가불안 심리를 씻어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채권값 부양(저금리 유지)를 위해 채권시장 안정기금을 동원하고 있지만 이는 벌써 지난 10년전의 주식시장 부양을 위한 증시안정기금, IMF전 원화가치 강세유지를 위한 정부개입등이 모두 실패한 것 처럼 「안 될 것을 억지로 하고 있는 무리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현 금리상승의 주요요인이 물가에 대한 불안심리라고 본다. 경기가 급속도로 호전되면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돼 물가가 내년에 3%이상 오르고 2001년에는 그 이상 상승한다면 지금 시점에서 누가 채권을 사겠느냐는 분석이다. 3년만기 회사채를 고려한다면 만기가 되기전에 물가가 크게 오르고 따라서 금리도 오를 것(채권값은 하락)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가 내년 2월의 대우채권 95% 환매, 4월의 총선, 7월의 채권 시가평가제 전면실시등을 고려해 상반기 내내 현 저금리 체제를 유지한다면 경기는 과열되면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돼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한자리수 금리시대는 당분간 오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물가가 오르면서 주식, 채권시장에 들어있던 자금들이 실물자본 투자로 몰리면서 부동산가격이 급등, 「국민의 정부」가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정부로 전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주장은 정부가 저금리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에서 벗어나 물가불안 심리를 잠재우겠다고 나설 때 현재의 금융시장 불안 진정은 물론 경제전체의 건실한 성장이 이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점진적인 통화긴축을 통해 시장에 과도하게 풀려있는 자금들은 흡수하고 단기금리 역시 조금씩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재정도 초긴축정책으로 돌아서면서 총수요 관리에 나서고 국채발행역시 외평채, 국고채 발행을 줄여 채권시장에 공급물량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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