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법안이 기존의 정부안보다 한발 후퇴했다. 국회 안팎에서 과잉입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계는 여전히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저해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24일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와 관련해 논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쟁점은 '경제력 집중 억제' 파트인 제3장에 규제 조항을 추가로 넣을지였다.
현행 5장(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규정은 공정거래 저해성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총수 일가 개인에 대한 부당 지원 ▦정상 가격과 차이가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순수 일감 몰아주기 ▦회사 기회의 유용 등 경쟁 제한과 관련이 적은 행위에 대해 처벌이 어렵다. 이 때문에 제3장에 규제 조항을 추가할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여야는 3장에서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경제력 집중의 합ㆍ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불분명해지고 결국 계열사 간 내부 거래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과잉입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아들였다. 특히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이 같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기존 부당 내부 거래를 규제했던 제5장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여야 간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정상적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통상적 거래 상대방 선정이나 의사결정 절차 없이 상당한 규모로 계약(거래 기회 제공) ▦회사에 경제적 이익이 되는 사업기회를 총수 일가에게 제공하는 행위(사업기회 유용) 등 세 가지에 한해 부당 내부거래 규제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부당 지원 기업뿐만 아니라 수혜 기업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고 이른바 '통행세 관행'에 대해서도 규제에 나서기로 여야는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해 재계는 정상적인 계열사 간 거래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집단의 내부 거래는 광고ㆍ물류 등 일부 사업군의 특성상 효율성ㆍ보완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집중돼 있고 수직계열화나 독립법인화 등을 통해 기업경영의 효율성이 증대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계열사 간 거래 규제가 강화되면 오히려 해외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 국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위는 이와 함께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기존 9%에서 4%로 줄이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ㆍ은행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 2009년 은행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실시된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원점으로 되돌려놓은 것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특정인의 금융 거래 정보를 국세청 등에 넘길 경우 거래 당사자에게 이를 알려주는 방안(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도 여야는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 다만 거래 통보 대상을 어디까지 확대할지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있어 25일 소위를 통해 한 차례 더 의견 접근을 시도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신규 순환 출자 금지, 제2금융권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방안, 대리점주 보호를 위한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은 합의에 실패, 9월 국회로 처리를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