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복지지출 증가와 세수부족이 맞물리면서 정부도 주요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과다지출 요인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고 유사ㆍ중복, 관행ㆍ전시성 사업을 정비하는 등 지출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겠다는 얘기인데 사실상 정부가 직접 시행하거나 지방자치단체와 진행하는 각종 사업에 대한 지원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것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지출 조정이다.
정부가 기초노령연금 지급 대상자를 줄이고 고교 무상교육 시기 시행을 늦추는 등 공약을 수정한 것도 세수부족에 따른 고육지책이다.
정부는 또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민간투자사업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인데 민자사업은 사업성이 담보돼야 하고 사실상 재정부담을 미래로 연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아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실제 재정상황이 악화되면서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 이어 균형재정 시기를 다음 정부로 연기하고 있다. 22일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기재부로부터 제출 받은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기재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대상수지 적자비율을 임기 마지막 해인 오는 2017년까지 -0.4%로 줄일 방침이다.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기준 올해 GDP 대비 관리대상수지 적자비율은 -1.8%다.
이는 사실상 임기 내 균형재정 달성을 포기하고 다음 정부로 공을 넘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관리대상수지는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수치로 재정건전성 판단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균형재정 달성을 다음 정부로 넘긴 것은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첫해인 지난 2008년 마련한 2008~201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까지 GDP 대비 관리대상수지를 균형인 0.0%로 맞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세수가 크게 줄어들자 2009년 발표한 2009~201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균형재정 달성 시기를 다음 정부 임기 중인 2014년으로 연기했다. 이 의원은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용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것인데 과학적 근거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용되고 있다"면서 "의무지출을 통제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