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고위공직자와 그들의 친인척이 국회 입법이나 정부 정책 결정과정에서 나오는 미공개 '정책정보'를 활용해 주식투자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14일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의 재산목록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자신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 정책 테마주나 주가 급등주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정상적인 경로로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투자를 했다면 문제될 게 없으나 직무와 연관된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사례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회의원이나 정부 고위공직자들 스스로가 내부자거래를 한 것과 다름이 없다. 금융당국과 사법부는 진위 여부부터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주식 내부자거래를 '정보의 절도(theft of information)'로 보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미국은 정치인과 정부 고위공직자의 주식 내부거래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한다. 미 의회는 최근 증권거래법과 증권거래위원회 규정에 '국회의원과 보좌관은 정보를 이용해 거래할 때 국가와 국민에 대한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진다'는 조항을 추가하기도 했다. 국민에게 먼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사전에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미국 등과 달리 국내에서는 현행 국내 자본시장법만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다. 내부자정보를 기업정보에만 국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를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1년 가까이 계류 중이어서 불공정거래 규제의 공백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주식 내부자거래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저지르는 행위라면 더욱 용서받을 수 없다. 내부자거래 관련 공시제도 강화와 함께 입법활동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를 엄격히 방지하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