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소기업계는 연초부터 불어닥친 중국발 원자재난과 고유가, 내수침체, 원ㆍ달러 환율 급락 등 잇따른 악재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반면 정보통신(IT)ㆍ반도체 관련 업체를 중심으로 불황 속 호황을 누린 업체들도 적잖아 중소기업 간에도 업종 등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대기업 등의 글로벌 소싱이 보편화되면서 판로를 잃고 채산성이 악화되는 기업들도 속출했다. 외환위기 당시보다 어려웠다는 중소기업계의 한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전망해본다.
◇원자재가 급등=올 초부터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소업체들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됐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이 고철 등을 싹쓸이하면서 원자재값이 크게 올라 소비침체로 내수부진에 빠진 중소 제조업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톤당 217달러 선이던 고철가격이 306달러로 30% 가량 급등해 올 초 36만원 하던 철근 가격이 한때 70만원 대에 거래되는 등 50여만원 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한 때 50달러 선까지 치솟았던 유가 강세도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 한 해였다. 두바이유는 지난해 말 배럴당 26.8 달러에서 지난달 말 34.7 달러로 급등했다. 고유가로 인해 플리스틱 제품의 원자재로 쓰이는 나프타와 폴리염화비닐 등도 톤당 30~40%의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해 채산성 악화로 이어졌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납품가격 인상을 꿈도 꾸지 못한채 신음했다.
◇가동률 60%대 머물러=내수경기 침체로 고전하던 중소기업계는 연초부터 시작된 원자재 파동, 고유가 등 대외적인 악재까지 겹쳐 올해 내내 힘든 세월을 견뎌야 했다. 중소 제조업체의 평균가동률은 올해 내내 60%대에 머무르며 80% 이상 가동률을 보인 대기업과의 큰 격차가 지속됐다. 한국은행에서 조사한 중소 제조업체의 체감경기(업황BSI)는 1월 75에서 12월 69로 곤두박칠쳤다.
금속ㆍ유화 등 원자재 및 유류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납품가격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깎여 채산성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다만 ITㆍ반도체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띠면서 경기 양극화의 골도 깊어졌다. 하반기 들어 원ㆍ달러 환율이 급락, 올해 ‘헛 농사’를 지은 업체들도 적잖다. 음식ㆍ숙박업 등 개인사업자들도 내수부진으로 된 서리를 맞았다.
◇대출ㆍ투자유치 ‘꽁꽁’=전반적인 중소기업들의 사정이 나빠지자 은행권은 신용위험을 줄인다며 돈줄을 조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월 현재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24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2조9,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같은 대출증가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가량 감소한 것이다. 올해 전체로는 대출증가액이 10조원에도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국은행이 은행의 기업대출 통계를 작성한 지난 1999년 이래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지난해 말 2.1%였던 중소기업 연체율은 올 5월 3.2%로 급등한 뒤 10월에도 2.8%를 유지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을 통한 벤처기업 등의 자금조달도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 2000년 2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창투조합 신규투자액은 지난해 6,118억원, 올 10월 말 현재 4,978억원으로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