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입혀라" 자동차 업계 거센 여풍

최명화 현대차 마케팅전략실장
현대모터스튜디오 콘셉트 잡아
이경애 한국GM마케팅본부장
쉐보레 브랜드 성공 안착 공헌

왼쪽부터 최명화 상무, 이경애 전무

자동차와 관련 용품 시장에서 여성 마케터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가 전통적인 남성 중심적 이미지를 벗고 감성제품으로 진화해 나가는 데 따른 현상으로 해석된다.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인 최명화(48) 마케팅전략실장은 최근 서울 강남 도산사거리에 개장한 현대모터스튜디오의 콘셉트를 잡은 인물이다. 단순한 차량 전시장을 벗어나 자동차와 문화를 결합시킨 공간인 이곳은 내·외부 디자인 역시 현대차의 이념인 '모던 프리미엄(Modern premium)'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10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자동차 기업으로서 이제 소비자 개개인에게 가장 의미있고 특별한 가치를 전달하려고 한다"는 게 최 상무의 설명이다.

최 상무는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이어 LG전자, 두산그룹에서 마케팅 임원으로 활약하다 현대차에 합류한 마케터다. 그에게 여성의 강점을 묻자 "여성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같은 다양성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데 여성 마케터의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선택에 큰 몫을 차지하는 제품이어서 여성의 강점을 발휘할 여지가 더 크다.

이경애(43) 한국GM 마케팅본부장(전무)는 국내서 생소했던 '쉐보레'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 임원이다.

이 전무도 여성이 감성 마케팅에 강하다는 데 동감을 표했다. 그는 "자동차는 다른 어느 제품보다도 기술·기능적 요소를 감성적 언어와 절묘하게 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여성 마케터는 이 부분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한국 P&G, 삼성전자 등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쉐보레를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젊고 쿨한 브랜드'로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다.

유정연(49) 불스원 전무는 자동차 시장보다 더 남성 중심적인 자동차 용품 시장에서 여풍을 일으키고 있다. 유 전무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여성운전자가 자동차 관리에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형마트나 문화센터에서 여성 운전자 대상 자동차 관리 교실을 연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 전무는 유니레버, CJ제일제당 등에서경력을 쌓고 2011년 불스원에 합류한 뒤 '자동차 전용 향수' 등 새로운 개념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도 기여했다. 불스원 매출은 2011년 670억원에서 2012년 870억, 지난해 1,05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