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특정집단 쏠림' 막는다

■ 금융위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자체·외부 평가 꼼꼼하게 CEO 승계 계획도 상시화

신제윤(오른쪽 세번째) 금융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금융발전심의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권 사외이사는 경영의 핵심이다. 은행지주 이사회의 경우 68명 가운데 사외이사는 51명이나 됐다. 더욱이 회장추천권까지 쥐고 있어 사외이사는 금융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했다. 하지만 KB금융 사태를 통해 사외이사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메스를 들이대지 않을 경우 금융 발전도 기대하기 힘들 정도였다.

금융위원회가 20일 발표한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의 방점이 사외이사에 대한 개혁에 찍힌 이유다. 교수·연구원 등에 쏠린 사외이사 출신을 다양화하고 평가도 외부기관을 통해 하도록 하는 등 견제장치도 뒀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 국장은 "지배구조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2년 넘게 안 되고 있지만 최근 KB금융 사태에서 보듯 지배구조의 난맥상이 노출돼 모범규준을 화급히 만들었다"며 "큰 틀의 공통 규범을 제시해 금융회사 스스로 치밀한 내규를 마련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선임·활동·보상까지 촘촘히 견제=그간 사외이사는 업무 능력보다는 지주 회장, 은행장 등 금융회사 경영진의 친소 관계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았다.

선임 이유 등이 형식적 소명에 그쳤기에 사외이사추천위원회라는 절차만 빌리면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지주의 사외이사 출신 가운데 전문성이 떨어지는 교수 및 연구원 비중이 50%(올 9월 말 기준)나 되고 정작 금융인 출신이 12.5%에 그치는 기형적 구조가 가능했던 이유다.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모범규준에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을 보다 구체화했다.

가령 경력 등을 단순 열거하는 식이었던 사외이사 선임 사유를 △전문성 △공정한 업무수행 능력 △책임성 △충분한 시간 할애가 가능한지 여부 등 항목별로 상세히 밝히도록 했다.

특히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어떤 경위로 후보 추천이 이뤄지게 됐는지도 공개하도록 했다. 관이나 경영진과의 결탁 등 '짬짜미'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렇게 되면 사외이사의 스펙트럼이 기업인·금융인 등으로 넓어질 것이라는 게 당국의 관측이다. 은행과 지주 사외이사의 첫 임기를 기존의 절반인 1년(총 임기는 5년으로 동일)으로 줄이고 다른 금융사의 사외이사를 못 맡게 한 점도 눈에 띈다.

김 국장은 "사외이사 독립성 시비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의 권력화를 차단해야 한다는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와 관련해서는 이사회 사무국 등을 통해 사외이사에 대한 자체평가를 매년 한 번 실시하고 2년마다 한 번은 외부기관에 평가 받도록 권고했다. 현재는 자체평가만 있고 평가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

사외이사 전체로 공시됐던 활동내역이나 보상은 개인별로 따로 발표하도록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주와 시장의 평가 기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 승계 계획도 상시화…금융사 "부담 크다"=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상시 운용하도록 한 것도 이번 모범규준에서 두드러진 대목이다.

사외이사뿐만 아니라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의 선임·승계 등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지겠다는 것이다. 임추위에서는 CEO와 임원의 자격요건, 후보군 관리, 이사회 추천 등을 수행하게 되는데 임원 기준 등은 금융사별로 내규로 정해야 한다. CEO 승계계획도 구체화해 이사회에서 연 1회 이상 점검하도록 했다. 가령 '누가, 언제, 어떤 절차·방식으로 CEO를 선임할지' 등을 공시해야 한다. CEO 후보군의 경우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주요 업적과 활동, 선정 과정 등을 넣어 밝히도록 했다. 금융사에서는 벌써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회사 CEO는 "너무 세세하게 임원 추천 사유 등을 넣도록 돼 있어 난감하다"며 "특히 모범규준에 새로 들어온 여신 전문사, 저축은행 등은 역량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사외이사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후보 요건이 너무 엄격해 운용의 묘를 살리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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