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복지 "경제특구내 외국인병원 원점재검토"
동북아 허브전략 차질우려…의료시장 개방 자체 표류 가능성
생활여건 개선 미흡 외자유치 차질 예상
재정경제부가 추진 중인 외국인의 경제자유특구 내 병원 설립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특구 내 외국인 병원 설립이 무산될 경우 외국인 투자유치는 물론 동북아 허브를 구축하려는 국가전략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김근태 복지부 장관은 8일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동북아 허브(중심축)를 위한 ‘병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국내 의료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동북아 중심 병원’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장관은 또 “외국인 병원 설립은 원칙적으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고 보건의료체계에 어떤 영향이나 파장을 미칠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의약분업 파동, 한약 파동에서도 겪었듯이 사전에 보건당국과 이해당사자간의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특구 내 외국인 병원 설립 허용을 둘러싸고 정부 내의 의견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말로 예정된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시장 개방협상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복지부는 최근 재경부가 입법 예고한 경제자유구역법 개정안 중 내국인 진료 허용과 병원설립 주체를 외국인 투자기업에까지 확대한 사안과 관련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 속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공식 반대의견을 재경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병원설립 자격을 출자비율 10% 이상인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확대하면 실질적으로 외국인이 지분을 소유한 상당수 국내기업이 병원운영에 뛰어들어 난립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이는 유수의 외국병원을 유치하려는 당초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내국인 진료 허용 문제 또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과 의사단체 및 시민단체 등 이해집단의 의견수렴이 충분하지 못해 사회적 갈등 심화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복지부의 이 같은 입장은 사실상 재경부의 외국인 병원 추진 방안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앞으로 부처간 의견조율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병원 설립을 위해 지분참여를 논의 중인 외국 의료자본이 내국인 진료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복지부의 이 같은 방침이 관철될 경우 외국인 병원 설립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당혹감을 나타내면서도 “설립되는 외국인 병원이 기껏해야 2~3곳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국내 의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입법예고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부처간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입력시간 : 2004-10-08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