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R&D 10건중 6건 '셀프과제'로 나눠먹기

연구원간 유착관계도 심각


정부가 지원한 연구개발(R&D) 과제 10건 중 6건은 기획위원 본인이 직접 또는 소속기관이 수행한 이른바 '셀프과제'로 드러났다. 특히 한국광기술원의 한 연구원은 6건(202억원)을 셀프과제로 수행하고 같은 기관 소속인 다른 연구원과 9건(567억원)의 과제를 주고받는 등 커넥션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처럼 정부 R&D의 발목을 잡고 있는 연구원 간의 유착관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만큼 이를 끊고 '나눠먹기식 R&D'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R&D 과제 네트워크 분석' 자료에 따르면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지난 2009년부터 5년간 2조9,128억원을 투입한 1,271건의 중장기 R&D 과제 중 기획위원이 직접 과제를 이행한 경우가 568건으로 44.7%에 달했다. 소속기관이 수행한 건수도 224건, 17.6%를 차지해 기획자와 수행자가 연결된 과제가 전체의 60%를 넘었다. 이번 분석은 기획자와 수행자의 관계를 세세히 들여다본 첫 사례로 총 4만5,904명, 4,048개 기관이 얽힌 184만건의 관계를 소셜네트워크분석(SNA)을 통해 풀어냈다.

분석 결과 기술로드맵 작성 또는 과제선정평가 등 기획에 참여한 연구원 7,545명의 12.5%인 944명이 과제를 직접 했다. 기획위원끼리 과제를 주고받는 경우도 많아 전체 기획자의 14.4%인 1,085명은 과제를 받기 위해 다른 연구원을 밀어줬다. 과제를 받기 위해 평균 2.65명을 밀어주고 선정된 후에는 2.34명을 지원했다. 이너서클에 끼지 못하면 과제 받기도 힘들다는 소문이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김 의원은 "정부 R&D 기획자와 수행자 간의 밀착관계는 관피아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국민의 혈세를 연구원끼리 나눠 먹는 상황에서 국가 R&D가 성과를 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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