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가 2% 인하] 개방대비 쌀정책 새판짜기 시발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추곡수매가를 인하키로 결정한 것은 2004년 쌀 재협상에 대비하는 한편 국산 쌀의 가격경쟁력을 점진적으로 확보하는 등 중장기 차원에서 쌀 개방을 염두에 두고 `쌀 정책의 새 판을 짜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소득감소가 예상되는 농민들이 워낙 강력하게 반발하는데다 정치권도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번 정부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왜 내렸나=정부가 지난 48년 수매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수매가를 내린 가장 큰 이유는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을 앞두고 협상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미국ㆍ호주 등 수출국들이 보조금 및 관세 대폭 감축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당면 과제인 쌀 관세화 유예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수매가 인하라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게 농림부 설명이다. 또한 수매가 인하는 관세화 유예를 관철하지 못하고 관세화로 쌀 시장을 개방하게 됐을 때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비책이라고 농림부는 강조한다. 현재 수매가 인하로 국제 가격의 4∼5배에 달하는 국내 쌀값을 끌어내려 국내외 가격차이를 줄임으로써 쌀의 대외경쟁력을 높일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말 예상재고가 적정재고의 2배 수준인 1,190만석으로 전망되는 등 수급불균형이 심각한데다 수매가와 시장가격의 괴리도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점도 수매가 인하의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시장가격은 수매가보다 80kg당 7,000~8,000원 낮게 형성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수매가 인하는 당연히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질 게 뻔하다. 따라서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다각적인 제도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게 농림부 방침이다. 농림부는 우선 소득보전을 위해 실질소득 감소액(수매가 2%인하+물가상승률 3%)에 해당하는 800억원 수준의 논 농업 직불제 예산을 증액, 지원키로 했다. 또한 쌀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규모의 경제`에 주력할 방침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1㏊당 40만∼50만원으로 돼 있는 지급단가를 올리기보다는 2㏊까지로 묶여있는 지급상한을 5㏊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 경우 영세농가보다는 규모화 농가가 혜택을 받아 쌀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또 노령 농업인의 경영이양이 촉진되도록 연금형태의 경영이양직불제 도입을 추진하고, 젊고 유능한 2ha 이상의 전업농에게 규모화 자금도 집중시킬 계획이다. ◇농민 반발로 국회 통과 미지수=문제는 정부안이 농민 반발을 잠재우고 과연 국회에서 그대로 통과될 수 있느냐다. 실제로 추곡수매가 인하안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농민과 농민단체 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ㆍ전남 연맹은 “정부의 인하안은 2004년 쌀수입 개방을 염두에 둔 농업의 구조조정이자 극약처방”이라며 “농가소득이 갈수록 떨어지는 현실속에서 농민들이 요구한 10.8% 인상은 커녕 2%를 인하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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