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CEO] 이종철 STX그룹 부회장

'긍정 경영' 앞장… 매출 26조 진두지휘
부하직원에도 존댓말 '영국신사'
직원들과 산행 등 원활한 소통


STX그룹의 지주ㆍ해운 부문은 2001년 출범 첫 해 2,60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후 10년차를 맞는 지난해 26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같은 놀라운 성장세를 이끈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이종철 부회장이다. 그는 일부에서 STX그룹을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한 기업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서 "명확한 투자원칙과 과감한 실행력 아래 오히려 보수적으로 접근해 왔다"고 잘라 말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7년 세계적 크루즈 건조사인 아커야즈의 지분을 인수하며 조선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는 STX그룹은 당시 조선기계ㆍ해운 분야에서 시너지를 창출해낸다는 명확한 투자원칙을 가지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강덕수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팔로우십을 당시의 비결로 꼽으며 "핵심역량이 강화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남들이 예상하지 못할 만큼 빨리 결정하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지난 10년 동안 STX그룹이 보여온 성장사에는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에 맞춘 시장전략, 즉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중국으로 넘어오는 상황에서 한발 빠르게 그룹의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했던 것도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STX그룹이 직면하고 있는 향후 10년의 경영환경에 대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이 빠른 시기일 것"이라며 "현재 주력사업인 조선ㆍ해운 분야에만 집중해서는 시대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STX그룹이 미래 10년 비전선포식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에너지 사업으로만 연 매출 100억달러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처럼 그룹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간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이런 차원에서 그는 최근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도 새롭게 출사표를 던졌다. 한편 그는 "STX그룹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내부 역량이 그에 걸맞게 자라지 못한 성장통도 겪었다"고 설명했다. STX그룹이 발표한 '비전2020'을 달성하기 위해서 향후 10년 동안 그룹의 성장속도에 걸맞은 내부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지난 10년 동안의 성장이 조선ㆍ해운업의 호황, 중국의 급성장 등 글로벌 경제여건에 맞춰 발 빠르게 시장대응 전략을 취했던 결과물이라면 앞으로의 10년은 STX그룹이 구축해 온 '긍정과 도전의 DNA'를 더욱 강화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부회장은 STX그룹이 원하는 인재상 역시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으로 압축한다.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은 작은 가능성만 열려 있어도 그 끈을 잡고 도전해서 해결책을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똑똑하더라도 부정적인 사람은 같은 상황에서 일이 안 되는 이유를 1분 만에 10가지는 찾아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부회장은 "도전정신과 긍정적 마인드로 뭉친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 STX그룹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스스로도 '긍정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다. 부하직원들에게도 늘 존댓말을 쓰는 그는 상대방에 대한 칭찬이 질책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의 노트에는 '칭찬하자'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영국신사'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평생을 '바다'와 밀접한 사업에 종사해 온 이 부회장은 '산'과도 인연이 깊다. 시간이 나면 항상 산에 오른다고 할 만큼 등산을 즐겨 하는 이 부회장은 지금껏 북한산을 등반한 것만도 어림잡아 1,000회가 넘는다. 5명 내외로 직원들과도 종종 등산길에 오르곤 하는데 회사에서보다 열린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을 장점으로 꼽는다. 등산을 마친 후에는 직원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기도 하는 등 허심탄회하게 소통경영에 나서는 모습도 눈에 띈다. "굳이 완주하겠다는 마음으로 산을 오르지는 않습니다. 너무 목표지향적이기보다는 과정이 중요하고 또 즐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가 항상 직원들에게 일을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일에 재미를 가지고 살라는 얘기를 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He is
▦1953년 인천 ▦제물포고, 고려대 법학 ▦2004년 범양상선 기획본부장 ▦2005년STX팬오션 대표이사 사장 ▦2008년STX그룹 지주·해운 총괄부회장 ▦2010년 대한조정협회·아시아조정연맹 회장 ▦2011년 한국선주협회 회장
33년 외길… "세계 3대 해운강국 기반 만들것"
● 李부회장의 경영 전략 이종철 STX그룹 부회장은 지난 1979년 STX팬오션의 전신인 범양상선에 입사한 이래 33년간 줄곧 해운업에 몸담아 왔다. 그만큼 실무진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해운업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현장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1991년부터는 선진 해운거래소와 세계적인 해운중개업체 등이 밀집한 영국 런던사무소장을 맡아 해외사업 경험을 쌓기도 했으며 2004년부터는 STX팬오션의 대표이사직을 맡아왔다. STX팬오션이 단기간에 한국을 대표하는 선사로 발돋움한 데는 이 부회장의 해운업에 대한 안목과 글로벌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은 지난 3월부터 한국선주협회의 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사상 두 번째로 제27대 선주협회장직을 맡아 해운업계를 이끌게 됐다. 협회장 재임기간 동안 한국이 오는 2020년 세계 3대 해운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목표다. 그는 "한국의 해운산업이 반세기 만에 세계 5위로 도약할 만큼 저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지만 조선업처럼 세계 1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해운업계의 발전을 위해 특히 선박금융 전문기관 설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유수의 금융사가 직접 선박금융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우선은 선박전문 금융기관 설립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그는 선박금융 전문기관 설립 외에도 선주협회장으로서 ▦해기사 수급 부족 불균형 해소 ▦대국민 이미지 개선을 위한 사회협력사업 발굴 ▦해양 관련단체 결속력 강화와 금융ㆍ조선ㆍ선주 간 상생협력관계 구축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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