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석은 다른 삶을 사는 배우다. 굳이 그의 배우로서의 외모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배우로서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하듯 마흔 즈음을 산 그의 얼굴에는 그간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5월23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춤추는 숲’에 출연한 그. 우리가 그를 ‘춤추는 숲’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배우여서 라기 보다는 그가 영화의 배경 마을의 주민이기 때문이다.
영화 ‘춤추는 숲’의 배경인 성미산 마을은 마포구 성미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안 공동체 마을이다. ‘성미산 마을공동체’는 1994년 나의 아이와 이웃의 아이를 같이 돌보는 공동육아계획으로 태어났다. 그도 이 마을의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 교육을 위해 ‘성미산 마을공동체’에 정착하게 됐다.
영화는 20년 가까이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삶을 공유하는 주민들의 공간이었던 성미산의 일부가 학교재단의 소유가 되고 그곳에 학교 시설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학교 재단간의 갈등을 다뤘다. 사유재산권 행사와 이에 부분적으로 제한이 가능한 공익 즉 영화 속에서는 도심 ‘비오토프’ 문제가 성미산 마을을 이야기가 영화화된 이유이자 목적이다.
마을주민으로서의 출연은 거리낄 것이 없지만 사회적 갈등 소재의 당사자로서 배우가 출연하기에는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같은 마을 주민인 배우 정인기도 ‘춤추는 숲’에 출연했다.
최근 그는 기자들에게 “아이 교육 때문에 안전한 마을을 찾아 정착했지만 어른들에게 더 좋은 동네”라며 “동네 슈퍼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하고 싶을 때 편하게 할 수 있고 연예인이라고 동네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배우에게 ‘동네’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도 했다. 일을 마친 후 동네에서 휴식이 행복이라는 의미다.
그는 또 얼마 전 MBC ‘휴먼다큐 사랑’ 3편 ‘떴다! 광땡이’편에서 내레이션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떴다! 광땡이’는 각자 아이를 데리고 재혼한 부부의 이야기로 지병이 있던 아내가 천신만고 끝에 아이를 갖고 낳기까지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많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으로 꿋꿋하게 가정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그는 “원래 아이들이 아픈 이런 이야기를 잘못 보는데, ‘떴다! 광땡이’ 편의 주인공들은 어려움은 있지만 공감이 많이 가는 이야기였고 무엇보다 해피 엔딩이어서 좋았던 것 같다”며 내레이션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또 그는 이번 내레이션 출연료 전액을 ‘휴먼다큐 사랑’ 1편 ‘해나의 기적’의 주인공이었던 해나에게 기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