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북한·미얀마에 대한 중국의 역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10월21일자

중국은 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있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늘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의 주장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근 벌어진 미얀마와 북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노력하는지를 먼저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북한과 미얀마는 전통적으로 중국의 지지를 받고 있는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이번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왜 중국의 노력이 북한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북한은 미국 대선의 승자가 누가 되는지를 지켜보며 시간을 벌기 위해 지난달 열릴 예정이었던 북핵 관련 6자회담에 불참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번주 중국을 찾을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에게 북한이 6자회담 참여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북한의 우방으로서 북한을 설득할 다양한 방법들을 가지고 있다. 중국 언론들이 최근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여전히 관심이 있다는 북한의 주장을 떠들썩하게 보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압박과 설득에 북한이 동조할지 아니면 과거 자주 그랬던 것처럼 거부감을 보일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최근 총리가 전격 체포되고 군부강경파 인사가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사태도 국제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공교롭게도 미얀마 사태의 해결 역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과 미얀마의 국경교역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중국은 미얀마의 군부실세들이 권력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이번에 총리 자리에서 쫓겨난 킨 ?H은 비록 지난 88년 민주화시위를 무력진압한 전력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군부인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개선에도 노력한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갑작스러운 미얀마의 이번 정권교체는 킨 ?H 전 총리와 우호관계를 유지하던 중국에도 뜻밖의 일이었다. 중국은 지난달 킨 ?H 총리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에게 무역원조와 유리한 조건의 차관을 제공하는 등 돈독한 우호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미얀마에 대한 최대 무기공급국이자 서방의 경제제재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미얀마 군부 강경파들에게 한방 얻어맞은 모양이 됐다. 천안문 사태 후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중국으로서는 최근 북한과 미얀마 사태에 대해 관용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지도부가 만약 북한과 미얀마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자 한다면 중국과 우호관계에 있는 국가들의 잘못된 행동은 중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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