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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양재동에 사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오토캠핑에 푹 빠졌다. 지난해 여름 대형마트 할인행사에서 텐트를 처음 구입해 캠핑을 처음 다녀왔고 이후 야외생활의 매력에 사로잡힌 것이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자연을 느끼게 해주는데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차츰 캠핑 횟수가 늘어났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캠핑용품과 장비에 대한 욕심이 커지면서 나타났다. 야외에서 숙박을 하다 보니 더 편리한 것을 찾게 되고 또 옆자리 캠퍼의 장비에 대한 부러움도 있었다. 자동차에 싣고 갈 수 있는 오토캠핑이라는 생각에 장비들은 점점 커지고 고급품으로 바뀌었다. 2룸텐트에 타프, 해먹, 여러 종류의 테이블, 의자, 빔프로젝트 등 품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김씨가 가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트렁크에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불어났다. 캠퍼들이 말하는 이른바 '테트리스 신공(자동차 트렁크에 캠핑장비 차곡차곡 채워 넣기)'을 발휘해도 안 될 정도였다. 더 큰 차를 구할지 고민하던 김씨에게 캐리어가 눈에 띄었다.
모기도 없고 덥지도 않아 야외활동에 최적인 캠핑의 계절 가을을 앞두고 캠핑캐리어를 살펴봤다.
◇수납공간 늘릴 루프박스 등 캐리어 인기=바로 자동차 위에 설치할 수 있는 루프박스다. 루프박스는 차량 지붕 위에 설치해 짐을 실을 수 있게 한 일종의 짐칸이다. 원래 긴 스키를 싣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일반적으로 캠핑용품 운반장비로 일컬어진다. 루프박스를 차에 올리는 것은 '차에 머리를 올린다'고 부를 정도로 일반화되고 있다.
차량에 루프박스를 달기 위해서는 루프랙과 가로바 등 지지대가 필요하다. 보통 SUV에는 루프랙이 있는데 이 경우 가로바만 구입하면 된다. 하지만 루프랙이 없는 일반 세단의 경우는 가로바와 루프랙 둘 다 있어야 한다. 가로바와 루프랙 구입비용과 설치비용은 50만~60만원이다. 비용은 루프박스 자체에서 많이 발생한다. 용량과 브랜드에 따라 50만~200만원까치 차이가 크다. 물론 단순히 크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자기 자동차에 맞는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루프박스는 차량에 고정해야 하는데 평상시에 사용할 경우 보기에도 좋지 않고 불편하기도 하다. 보통 SUV의 경우 원래 차체가 높은데 여기에 루프박스까지 설치하면 주차장 출입구가 낮은 백화점이나 마트에는 출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탈부탁이 용이하고 가벼운 루프백 사용자가 아직은 더 많다. 루프백은 루프박스처럼 고정식이 아니라 캠핑 등 필요할 때만 지붕 위에 설치하고 평상시에는 떼어내 별도로 보관한다. 가격은 10만~30만원대다. 다만 루프백은 나일론 등의 재질이어서 비가 오면 물이 스며드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열쇠를 채울 수 없어 내용물이 도난 당할 우려도 있다. 하지만 가격 측면과 편리성 때문에 요즘에는 대형마트에서도 루프백을 팔 정도로 대중화됐다.
자동차 캐리어는 이 정도만이 아니다. 아예 트럭처럼 짐받이를 설치해 짐을 실을 수도 있다. 자전거를 가져가려면 자전거 캐리어를 차량 위나 트렁크 뒤에 설치할 수 있다. 캐리어를 장착해 자전거를 매달고 다니는 차량을 이제는 심심치 않게 보곤 한다.
자동차 캐리어 시장은 이미 해외 업체와 국내 업체들이 사투를 벌이는 분야다. 해외 업체로서는 세계 최초로 지붕 위에 놓는 캐리어를 만든 스웨덴 브랜드 '툴레'가 있다. 캠퍼들에게는 명품으로 통하는 브랜드다. 이외에 네덜란드 브랜드 '하프로', 미국 브랜드 '야키마'도 잘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이런 해외 업체 일색이었지만 최근에는 국내 업체 제품도 늘고 있다. 국내 업체로는 케이에이치오티오와 유일기업이 대표적이다. 케이에이치오티오 관계자는 "캠핑붐이 불면서 루프박스 판매량이 지난 2011년 800개에서 지난해 1,000개로 늘어났고 올해는 1,200개도 무난할 것"이라며 "캠핑 때문에 차를 바꾸기 어려운 사람이나 평상시에는 기존의 차를 그대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캐리어를 많이 찾는다"라고 말했다.
◇편안한 캠핑 추구 캠핑카에 주목=텐트 생활에 만족하지 못해 캠핑카에 눈길을 주는 캠퍼들도 늘어나고 있다. 캠핑카는 소형트럭이나 미니밴을 개조해 레저용으로 사용하는 차를 말하는데 모터캐러번과 트레일러로 구분된다. 모터캐러번은 일체형, 트레일러는 탈부착이 가능한 분리형으로 보통은 모터캐러번이 '캠핑카'로 불리고 트레일러는 그대로 '캠핑트레일러'라고 한다.
트레일러는 일반승용차 뒤에 연결고리를 장착해 끌고 다니는데 화장실이나 샤워실ㆍ주방 등이 갖춰져 있어 호텔 같은 느낌을 준다. 트레일러도 미국 에어스트림 등 수입산이 대세인데 최근에는 국내 자동차 정비업체들이 내놓는 국산품도 나오고 있다.
캠핑카와 트레일러는 모두 자동차로 등록해야 하는데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등록 캠핑카와 트레일러는 모두 1,905대(캠핑카 485대, 트레일러 1,420대)였다. 2011년 516대, 2012년 464대가 각각 늘어났고 올해도 증가율은 예년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 캠핑장이나 도로사정상 캠핑카나 트레일러 사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가격도 캠퍼들의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캠핑장 쥔장이 되자'의 저자이기도 한 캠핑 전문가 한만식씨는 "부족한 캠핑장 시설, 꼬불꼬불한 산길, 세금 문제 등 캠핑카나 캠핑트레일러 사용여건이 충분하지 못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캠핑용품 시장 매년 20% 급증=16일 캠핑아웃도어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캠핑용품 시장 규모는 4,000억원에 달했다. 매년 20% 정도 급증해왔는데 올해는 6,000억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아웃도어 시장에서 캠핑용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8%에서 올해는 1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싣고 다녀야 하는 캠핑용품이나 장비가 늘어나면서 수납공간이 필요해지고 덩달아 자동차 캐리어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숙달된 오토캠퍼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캠핑 상황에 맞는 캐리어를 구하는 것이 절실해진 셈이다.
심형석 영산대 교수는 "국내 캠핑 인구는 이미 45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며 "대형 아웃도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캠핑용품을 만들고 있어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