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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에서는 총 1,095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6년 전인 2008년 380편이 개봉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3배가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영화가 상영되는 스크린 수는 2,004개에서 2,281개로 약 10% 늘어났을 뿐이다. 때문에 극장가에서 상영관 싸움은 언제나 치열하다. 극장이 계열사 영화에 상영관을 몰아준다는 의심을 받고 대작 영화가 나올 때마다 스크린 독과점 시비가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이유다.
국내 최대 규모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는 CJ CGV는 이런 상영관 다툼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언제나 "불공정은 없다"고 해명해 왔지만, 여론의 신뢰는 얻지 못했다. 그런 CGV가 9일 서울 여의도에서 미디어포럼을 열고 처음으로 자신들의 스크린 할당 전략과 방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다. 일종의 영업비밀 공개가 스크린 논란을 종식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영화·시즌수요·경쟁상황·입소문 복합적으로 고려=CGV 측은 영화별 상영관 배정이 철저히 '스코어' 위주로 이뤄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미개봉 영화 스코어를 어떻게 예측할 것인가. CGV 측은 유사작품들의 흥행실적에다 흥행을 좌우할 수 있는 요소별 가중치를 곱한 후 평균치를 내 예상 관객 수를 구한다고 설명했다.
예로 지난해 개봉한 리암 니슨 주연의 외화 '테이큰3'의 경우 전작인 테이큰1(238만명),테이큰2(230만명)와 역시 리암 니슨이 나온 액션 영화 '논스톱(208만명)'을 유사 작품으로 택한 후 여러 가중치를 곱하고 평균치를 냄으로써 244만명이라는 관객 수를 예측했다.
가중치가 적용되는 요소는 △영화의 소재와 완성도 △출연배우와 감독 △시즌수요 △경쟁상황 △개봉 전 예매 수량 △인지도나 관람 의향 등 관객 조사 △시사회 후의 입소문 등으로 다양하다. 가중치 또한 CGV의 과거 분석 자료 등을 토대로 수치화돼 있다. 일례로 최성수기로 불리는 8월의 시장 규모를 1로 칠 경우 4월의 수요는 그 40% 수준밖에 안 된다. 8월 개봉할 경우 300만 명이 들 영화라도 4월 개봉이라면 120만 명으로 산정하는 것이다. 극장 위치도 별도의 고려대상이다. 가족용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의 펭귄'의 경우 쇼핑 고객들이 주로 들리는 CGV영등포에 비해 가족 고객이 많이 찾는 CGV불광의 수요가 2배 이상 높으므로 그런 점을 염두에 둔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CGV 측은 이런 예측이 한 번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개봉 1주차가 넘은 영화들 역시 요일·주차별 개봉 실적과 경쟁작 대비 실적, 관객 입소문 지수 등을 토대로 매주 수요를 예측한 후 극장에 계속 걸지 내릴지를 결정한다.
◇자의적 판단 있어 논란 여지 남아=물론 CGV의 '공식'에 담당자의 자의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는 여지는 많다. 대표적인 것이 유사 작품 3편을 누가 어떻게 선정하느냐는 것. 결이 비슷한 수많은 영화 가운데 흥행에 실패한 영화만을 골라 예측을 한다면 해당 영화는 개봉 첫 주 상영관을 낮게 배정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설명에 나선 강경호 CGV프로그램팀 팀장은 "예측 실패는 언제나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개봉 1주차 이후 실제 관객 수요를 계속 따져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배급사의 조율과정을 거치는 것은 물론 현장 직원들의 '감'을 의지하기도 한다. 강 팀장은 "그런 방식으로 첫 주 상영관의 2%만을 차지했던 '비긴 어게인'이 나중에는 21.8%까지 상영관 비율을 늘려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CGV 측이 특히 강조한 것은 편성의 일관성이다. 세간에서 말하는 것처럼 계열사인 CJ E&M이 투자배급에 나선 작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상영관을 밀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강 팀장은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1순위 고객이긴 하지만 배급사 역시 우리에겐 주요 고객"이라며 "특정 배급사의 영화를 아무 이유 없이 밀어준다면 서로의 신뢰관계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