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고용노동부는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 한국잡월드에서 ‘고용동향·일자리현장 점검회의 및 간부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채필 장관을 비롯해 고용부 실·국장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1시간여의 점검회의를 마친 뒤에는 장시간 근로개선과 관련한 토론회도 벌일 예정이었다. 애초 고용부는 점검회의는 비공개로, 토론회는 공개로 진행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돌연 오후 4시부터 열리는 토론회는 기자들에게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가 날아왔다. 이유를 묻자 황당하고 구차한 변명들이 쏟아졌다.
“기자님들이 몇 분 오시지 않아서요.”
“내부 직원들이 어색해할 것 같아서요.”
기자들이 많이 올 줄 알고 공개하려고 했는데 적게 와서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은 황당한 변명이다. 고용부 직원들은 숫기가 없어서 기자들이 옆에 있으면 할 말을 못할 것이라는 변명은 구차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비공개 방침에 항의하는 기자에게 “대신 100% 비공개 예정이던 점검회의의 장관 모두발언을 공개했지 않느냐”고 생색을 냈다.
이 장관의 모두발언 가운데 알맹이 있는 얘기가 없어서 혼자라도 토론회를 듣겠다는 기자에게 이 관계자는 끝내 양해를 구하며 비공개 방침을 고수했다.
결국 기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면 거추장스러우니 기존 방침을 바꿔서라도 못 들어오게 막는다는 얘기였다. ‘내부 직원’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안 사람과 바깥 사람의 경계를 긋고 ‘우리끼리 얘기 좀 하게 봐 달라”는 말이었다.
그는 “우리가 잘못한 건 맞다”고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이미 방침을 바꿨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오후 4시까지 기다리기는 지루하지 않으시겠냐”는 또 다른 관계자의 과잉친절은 듣고 있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이 장관은 최근 입만 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노사 간의 협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장관에게 대한민국 행정 부처의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는 언론과의 협력, 언론에 대한 책임은 별로 대수롭지 않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