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경제학 독서모임] “당신은 사업가 입니까?”

자영업자 600만 시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는 비전이 없을 것 같아서, 혹은 해고 당한 상태라서 하루에도 몇 번씩 창업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2012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신규업체의 90%가 수년 내 폐업을 하고 있고 은행의 자영업자대출은 190조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시기가 맞물린 최근의 추세를 보고 있노라면 창업을 밀어붙이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창업을 해야될지 말아야될지 속 시원하게 판별해주는 기계라도 있었으면 좋겠지다고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창업 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들 : 당신은 사업가 입니까”가 조금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저자 ‘캐럴로스’는 와튼 스쿨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25살 나이에 몽고메리 투자은행의 최연소 임원이 되어 18년간 인수합병 및 스타트업 창업을 도운 이력을 가지고 있다. 숱한 실패를 지켜봐온 그는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흔히 간과하고 넘어가게되는 몇가지 기본가정들, 즉 구체적 사업 전략을 짜기 앞서 본인이 사업에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지를 먼저 평가해 보라며 이 책을 썼다.

■발제

◇사업은 아무나 하나?

저자는 사람들이 창업에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가 몽땅 날려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FIRED-UP’ 이라는‘사업가 검증’프로그램을 만들었다. ‘FIRED-UP’은 창업 타이밍이 적기인지,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그에 적합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평가하는 기본 테스트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질문은 크게 두가지다. ‘사업가가 되는 것이 당신에게 좋은가?’, ‘당신은 사업가가 되기에 적합한가’.

이 이론의 핵심은 자신이 사업가가 되기에 적합한지 알기기 위해서는 일단 스킬, 강점, 개인적 환경이 사업체 경영에 적합한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사업가로 변신하는게 자신의 미래에 보탬이 되는지, 사업에 헌신하겠다는 욕망이 충분한지, 하려는 사업의 가치가 앞으로 닥칠 리스크를 감당할 만큼 충분히 큰지도 고민해 봐야 비로소 본인이 사업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직업으로서의 사업

저자는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곧 자신의 직업이 ‘경영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던 사람이 미용실을 창업한다고 했을 때 자신이 잘하는 머리만지는 일보다 물품주문, 재무 관리를 하는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본인이 흥미가 있거나 가장 잘 하는 분야의 일이라 할지라도 이것이 곧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 다는 것을 뜻한다.

◇사업은 무엇이고 직업은 무엇인가

대형 마켓인 월마트에서 직원 몇 명이 그만둬도 월마트의 경영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토미 혼자 일하는 ‘토미 마사지 테라피’에서 토미가 일을 하지 못하면 업체는 문을 닫아야 한다. 이경우 사업체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직업이다. 저자는 ‘사업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직업’을 ‘잡 비즈니스’라고 부른다. 이것이 문제되는 것은 창업을 하지 않았다면 가질수 있었던 직업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잡 비즈니스’에 쏟아붇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자영업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시사하는바가 크다.

◇아이디어의 가치는 기껏해야 서너푼짜리

흔히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를 사업으로 연결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사업에 있어선 이런 아이디어들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일축한다. 가치는 인내심을 가지고 리스크와 시간을 투자해 아이디어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사업을 실행하는데서 나온다는 것이다. 저자가 사업을 할 때 신경써야 할 과업들을 대략적으로 정리해 놓은 표에는 ‘아이디어 구상’부터 ‘사업 성장’ 항목까지 무려 33가지 체크리스트가 등장한다.

◇당신은 산타인가 요정인가?

사업을 경영하려면 다방면의 스킬을 고루 갖추어야 하고, 조직의 비전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크리스마스를 잘 치르려면 산타클로스와 요정이 있어야하는데 산타가 비전을 가지고 큰 그림을 그리면 요정들은 돕는 과정과 비슷하다. 요정들은 산타의 지시에 따르지만 정작 크리스마스 선물이 제대로 배달되지 않으면 욕을 먹는 쪽은 산타다. 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타가 아니라 요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당신이 요정쪽이라면 사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가차없이 충고한다.

◇지옥으로 가는 길

“거북이 세 마리가 통나무에 앉아있었다. 한마리가 점프를 결심하면 통나무에 몇 마리가 남아 있겠는가? 두마리? 아니다. 여전히 세 마리다. 결심하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실천하기보다 무엇인가 희망하고 꿈꾸는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사업과 잘 맞지 않으며 바라기만 하는 사람은 절대로 좋은 사업가가 될 수 없다.

■감상평

“당신은 사업가 입니까?”는 창업을 하는데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식당 부자가 되는 법’류의 책은 아니다. 오히려 읽다보면 창업생각이 절로 사라진다. 저자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10명 중 9명은 사업에 실패하니 흔히 하듯이 아이디어를 내고 창업을 하는 수순에서 한걸음 물러나 사업을 하는 것이 본인의 성향 및 환경에 맞느냐를 먼저 검증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창업하지 마라’ 일색인 이 책은 저자가 가지고 있는 ‘예비 창업 실패인’ 90%에 대한 일종의 불신 혹은 경고 때문에 객관적으로 자신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설명하는데 창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을 수가 없다. 이는 저자 자신이 밝힌 ‘사업가 자질 검증’을 위함이라는 집필의도와도 맞지 않다.

특히 저자는 경영학적 지식과 비전을 갖추고, 이를 지옥불 끝까지 추진해 나갈 수 있는 사람만이 겨우 창업의 요건을 지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인물들이라면 사업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의 창업예비군들이 ‘선택받은 10%(?)’안에 들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포기하라는 강요처럼 들린다. 해보지도 않았는데 결과를 예측해주고 창업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책을 다 읽어도 여전히 사업에 대한 지침이 명확히 서지 않는 것도 이 책의 단점이다.

그러나 인수합병 전문가로 활동한 저자의 이력상 투자자로부터 돈을 넘겨받기까지의 어려움, 재무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부분은 꽤 유용하다. 또 단순히 기업체에 취직하기가 싫어서, 다른 사람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기가 싫어서, 혹은 커피숍의 분위기나 인테리어가 좋아서 창업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그 위험성을 알리려는 목적이라면 충분히 의미있게 읽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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