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일본 업체와의 특허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한국 특허청이 일본의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의 특허를 무효로 판단함에 따라 향후 관련 소송에서도 포스코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포스코에 따르면 특허청은 전날 신일철주금의 방향성 전기강판 관련 특허에 대해 무효 결정을 내렸다. 특허청은 한국등록특허 제0442101호 등 신일철주금의 특허 4건에 대한 무효심판 결과 "특허 4건의 38개 청구항 모두가 이미 알려진 공지기술과 동일 또는 유사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신일철주금의 방향성 전기강판 기술은 이미 다른 업체들도 알고 있는 기술이라 특허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방향성 전기강판이란 변압기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강판이다. 전기차·하이브리드카·신재생에너지 소재 등에 쓰이면서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가장 각광받는 미래 철강소재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전세계 수요는 약 250만톤으로 신일철주금이 약 12%, 포스코가 약 1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기강판 시장에서 포스코의 영향력이 커지자 신일철주금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소송을 낸 것으로 보인다.
신일철주금은 2012년 4월 포스코가 자사의 영업기밀인 방향성 전기강판 제조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며 986억엔(약 1조3,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도쿄지법에 제기했다. 신일철주금은 포스코가 자사 특허를 빼돌렸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고 일본에 이어 미국 뉴저지연방법원에도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포스코는 "미국과 한국에서 해당특허 4건에 대해 침해가 아닐 뿐만 아니라 특허자체가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같은 해 7월 대구지법에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포스코는 같은 해 9월 미국특허청에 신일철주금을 대상으로 특허 무효소송을 냈고 지난해 4월에는 한국특허청에 특허 무효소송을 제기하며 대응했다.
포스코가 미국특허청에 제기한 소송에 신일철주금은 기존 4건 31개 청구항으로 돼 있던 특허를 115개로 세분화해 대응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말 미국특허청은 115개 청구항 중 핵심적 109개에 대해 "이미 알려진 공지기술과 동일 또는 유사해 무효사유가 있다"는 취지의 중간결정을 내렸다. 최종 결정은 아니지만 신일철주금의 기술을 특허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특허청은 가장 먼저 신일철주금의 특허에 대해 무효 결정을 내렸다. 무효가 된 특허 4건은 각각 방향성 전기강판의 소재가 되는 강판을 가열하는 속도, 강판의 소둔(열처리) 온도, 강판 내 산소량 및 강판에 조사되는 레이저의 출력에 관한 것이다.
신일철주금이 도쿄지법과 미국 뉴저지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과 포스코가 대구지법에 제기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고 미국 특허청의 최종 결정이 남아 있지만 한국특허청의 이번 결정으로 포스코가 유리한 위치에 섰다는 분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국특허청이 미국특허청과 같은 취지의 무효 결정을 먼저 내림으로써 신일철주금의 주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내 특허침해 금지소송에서도 설득력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포스코 역시 "앞으로 신일철주금이 해당 특허들을 이용해 포스코를 상대로 관련 제품의 생산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