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에서 열린 '뉴타운ㆍ정비구역 신(新)정책구상' 기자설명회. 마이크를 잡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상당 시간을 할애해 "정부와 정치권이 뉴타운ㆍ정비구역 매몰비용을 지원하는 데 도와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 10년 동안 투기 광풍이 불어 '난마'처럼 얽힌 서울시 뉴타운ㆍ재개발은 ▦정치권의 공약 남발 ▦제어를 못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지원'을 강조한 속내는 서울시 재원으로는 매몰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시장의 포부대로 조합 단계에서 취소되는 구역까지 매몰비용을 지원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뉴타운 광역 개발 분담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 뉴타운을 구성하고 있는 각 구역들은 광역 교통망 구축 등의 비용을 분담하기로 계획돼 있다. 예를 들어 A뉴타운 1구역은 개발을 계속 추진하기로 하고 2구역은 구역 해제될 경우 서울시의 복안대로라면 2구역이 분담해야 할 A뉴타운 광역 개발비용도 시가 보전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7억~8억원 정도 빌려 쓴 것으로 추산되는 추진위원회 비용 중 법정비용은 시에서 독자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지만 조합과 광역 개발비용은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며 "정부와 국회가 도와줘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와 국회의 지원이 뉴타운ㆍ정비구역 매몰비용 지원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정책 발표에 앞서 사전 조율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서울시의 요청에 대해 즉각 보도 참고자료를 내 "수용 곤란,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 마디로 '도와줄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뉴타운ㆍ정비구역은 해제돼야 한다"는 박 시장의 철학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법적인 근거도 없는 '조합 단계 매몰비용' 보전을 위해 "정치권과 정부가 재원을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하고 필요한 재원을 공동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지자체 수장의 현실적인 정책'이 아닌 '정치인의 감정적 주장'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듬어지지 않은 정책은 시장에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 '김칫국'을 마시기 전에 '떡 줄 사람'을 먼저 설득했어야 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