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은행뿐 아니라 상호금융회사와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까지 부실이 커지고 있다. 내리막길을 걷던 보험사도 연체율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카드대출도 올 들어 연체가 늘었다. 경기가 침체된 탓이 크지만 빚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확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3월을 연체 집중관리 기간으로 정하고 부실대출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 1~2월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연체가 증가했다"며 "전직원을 동원해 연체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가계연체가 늘고 있다. 특히 20대 연체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20대 연체는 카드에서 많이 일어났는데 요즘은 취업이 어려워 학자금이나 생활비 용도로 빌려 쓴 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2조3,000억원 수준이었던 은행권 신규 연체 발생액은 올 1월 3조1,000억원으로 불었다. 연체율도 지난해 말 1%에서 올 1월에는 1.17%로 1.17%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집단대출 연체율은 1월에 1.98%로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1년 말(1.18%)보다 0.8%포인트나 오른 셈이다.
상호금융권의 연체증가는 더 심각하다. 2011년 말 6.01%였던 신협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6.38%까지 치솟았다. 농협도 2.99%에서 3.29%로 증가했다. 저축은행도 신용대출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0~20%에 달한다.
금융권 대출부실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카드대출은 2011년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카드→2금융권→시중은행' 순으로 가계대출 부실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2010년 말 1.42%였던 카드대출 연체율은 2011년 1.59%, 2012년에는 1.62%로 상승했다.
한동안 하락세를 보였던 보험사 대출 연체율도 상승 반전했다. 1월 말 보험사의 대출채권 연체율은 0.79%로 전달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금감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금융사들의 건전성이 안 좋아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