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경영서 손 뗀다

대형마트 점당 매출 1위… 최단기간 매출 1조 돌파… 유통업계 살아있는 역사
후임에 도성환 테스코 말레이시아법인 대표



국내 유통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이승한(67) 홈플러스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이 회장이 지난 1997년 홈플러스의 전신인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16년 만이다. 홈플러스는 사상 최초로 수장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오는 5월 홈플러스 CEO 명패를 거두고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회장직과 사회공헌활동 재단인 홈플러스 e파란재단의 이사장직만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CEO 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회사를 떠나지 않는 것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가 이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높이 평가해 예우해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CEO를 처음 맡을 당시 업계 12위였던 홈플러스를 2위로 끌어올리는 탁월한 경영성과를 냈다. 이 과정에서 만든 진기록도 많다. 이 회장은 대형마트 점당 매출 1위, 매장 면적당 매출 1위, 2001년 업계 최단기 매출 1조원 돌파 등의 기록을 세워 한국 유통업계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린다.

그가 창조해 뿌리내린 유통 문화도 다양하다. 기존의 창고형 할인점 개념을 탈피해 '가치점(value store)' 개념을 도입, 백화점보다 고급스러운 대형마트로 고객 호응을 이끌어냈다.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평생교육스쿨(문화센터)을 운영해 지역주민에게 문화교육의 장을 만들어준 것도 이 회장이다. 지금은 당연시된 농수산 산지 직거래를 최초로 도입한 것 역시 그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에서 스마트폰 등으로 장을 볼 수 있는 가상 스토어를 설립하는 등 신유통 사업모델 개발도 선도해왔다.

한편 테스코는 홈플러스의 신임 CEO에 도성환(56) 테스코 말레이시아 법인 대표를 내정했으며 도 신임 대표는 3월부터 홈플러스로 출근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홈플러스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법인의 CEO로 승진한 인물로 1981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유통사업부를 거쳐 홈플러스 1호 점포인 대구점 초대 점장을 지냈다. 재무와 점포운영, 물류, 마케팅 임원 등을 두루 거쳐 이 회장의 후임으로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 신임 대표는 2개월 동안 이 회장으로부터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이 회장이 CEO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5월 창립기념일 전후로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테스코가 실적이 부진한 홈플러스의 조직을 재정비하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대형 유통점 영업규제와 경기불황 등으로 실적이 악화된데다 롯데마트 등 후발 주자의 추격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올해 퇴임하는 것은 맞다"면서 "구체적인 시기를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