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주의료원 해법, 폐업밖에 없었나

홍준표 경상남도지사가 강성노조 때문에 경영정상화가 어렵다며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였다.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료원을 대학병원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폐업한 적은 있지만 기능전환 등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문을 닫는 것은 처음이어서 공공의료 전반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다.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김천의료원 한 곳만이 의료수익 흑자를 내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강성노조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홍 지사의 결심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폐업 강행은 아쉽다. ‘폐업도 정상화의 한 방안’이라거나 ‘폐업 후 병원 규모를 줄여 정상화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납득하기도 어렵다. 강성노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직원들을 퇴직ㆍ해고한 뒤 회사 문패를 바꾸는 기업을 연상케 한다. 명예ㆍ조기퇴직하거나 해고된 진주의료원 직원은 230여명에 이른다.

경영진단ㆍ자구노력을 거부해온 노조는 폐업유보 결정이 내려진 이후 한달여 동안 정상화 방안을 내놓으며 타협을 시도했다. 시민진영도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홍 지사와 경남도는 크게 미흡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지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경남도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감사 결과와 폐업에 찬성하는 도민이 더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폐업 명분을 쌓았다. 진주의료원 문제가 정치화한 측면도 없지 않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홍 지사가 지역 문제를 전국적 이슈로 만든 정치적 감각을 대놓고 얘기하는 상황이다.

폐업 결정에도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도민들이 이용하기 불편한 곳으로 신축 이전해 적자를 키웠고 의료원장 등의 인사를 통해 선제적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못한 경남도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책임공방이 아니라 문제해결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와 국회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남도의 폐업 결정은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원만한 해결을 위한 중간과정이어야 한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국공립 의료기관의 기능 재정립을 위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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