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난 1ㆍ4분기 경영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경제전반에 걸쳐 먹구름이 예상된다.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지난 1ㆍ4분기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35.4%나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닥 등록 기업은 이보다 더 나빠 적자로 전환됐다. 기업들의 이 같은 경영악화는 2ㆍ4분기에도 그대로 지속될 것으로 보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사결과를 보면 상장기업(12월 결산) 529개사의 1분기 매출액은 117조1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5% 하락 했으며 순이익은 35.4% 급감한 6조4,682억원에 머물렀다. 코스닥 등록 669개사는 매출액(14조1,837억원)은 26% 늘었으나 순이익은 17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던 기업들의 순이익이 이처럼 줄어들고 대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는 것은 기업환경이 그만큼 어려워졌음을 뜻한다. 올들어 연이어 터진 대내외적인 악재들로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바닥을 맴돌고 있다는 의미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이라크전을 전후한 국제유가 상승과 세계경기 둔화, 북한 핵문제에 따른 리스크 증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확산 등이 수출산업에 타격을 가했다. 이 가운데 이라크전 등의 불확실성은 제거됐으나 세계경제가 회복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국민들의 소비위축은 내수를 한층 얼어붙게 했다. 특히 가계와 카드채 부실화 우려는 내수시장에 기반을 둔 업종에 직격탄을 날렸다. 우리경제의 주력인 대기업 그룹들도 실적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10대 그룹의 순이익이 지난해 보다 35.8% 떨어진 2조1,771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경기의 심각함이 어느 정도인가를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문제는 2ㆍ4분기에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수출한국`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던 반도체 경기가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으며 금리인하에도 불구, 소비심리가 좀처럼 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카드채도 아직 꺼지지 않은 체 내연중이다.
새 정부는 출범 후 경제정책의 기조를 경기의 부양보다는 재정의 조기집행에 두겠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러나 경기가 워낙 침체되다 보니 이제는 인위적인 부양에 나서겠다고 방향을 바꾸었다. 진즉 부양쪽을 선택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침체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책의 선택시기를 놓친 것이다.
현재 시중에는 400조원의 부동자금이 뭉칫돈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들 자금은 거의 투기형태로 부동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아파트값을 부추기고 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급선무는 자금의 선 순환을 유도하는 것이다. 건전한 소비를 하도록 해 내수를 일으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값을 잠재워야 한다. 자금의 왜곡화는 투기만 불러 일으킨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