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마구잡이식 국내 부동산 취득에 제동이 걸렸다.금융감독위원회는 17일 한국은행에 신고하지 않은 채 국내 부동산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한 재미교포 전모씨에 대해 3개월간 국내 부동산 권리 취득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의결했다.
전씨는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40만∼50만달러 상당의 국내 부동산에 대해 97년 2월 제3자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한 뒤 근저당권을 설정했는데 최근 경매처분 대금을 받아 미국으로 가져가려다 감독당국에 적발됐다.
감독당국이 외국인 비거주자의 국내 부동산 취득에 외환거래법규를 적용해 행정처분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인 비거주자가 자금을 직접 들여와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자유롭게 돼 있지만 증여나 국내 은행대출, 명의대여 등의 방법으로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부동산 권리를 설정할 때에는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한다.
특히 취득 대상 부동산이 토지일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에도 신고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절차를 대폭 완화하면서 국내로 자금을 보낼 때 거의 출처를 묻지 않았다'며 '그러나 부동산 취득후 처분한 대금을 외국에 가져갈 때는 정당한 자금이었는지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 투자수익을 환수하려 할 때 자금출처에 대한 명백한 입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는 이와함께 외국환은행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직접투자를 한 세인전자, 대우통신, 씨티아이 등 3개사에 3개월간 해외직접투자 정지 처분을 내리고 허가없이 비거주자에게 외화자금을 빌려준 포렉스뱅크에 대해서는 9개월간 해외직접투자 등을 정지시켰다.
이밖에 허가없이 비거주자로부터 장.단기 외화자금을 빌린 아스나코리아, 인포그램즈 코리아, 맥쿼리 아아티 코리아 등 3개사에 3∼9개월간 비거주자와의 금전대차계약 체결 정지 처분이, 신용카드로 비거주자에게 용역대금 등을 지급한 보람교역 등 4개사와 김모씨 등 3명에게는 3∼6개월간 신용카드 해외사용 자격 정지 처분이 각각 내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