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산업기밀유찰 사례... IMF이후 산업스파이 극성

국가정보원(구 안전기획부)은 국내 산업기밀의 유출실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기밀에 대한 방첩활동이 대공분야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산업스파이 색출활동에 정보, 수사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국가정보원으로 새로 출범하면서 최대과제로 산업스파이 색출을 제시한 것이다. 국정원은 특히 산업기밀 유출문제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이후 「빅딜」이나 기업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이 활발해지면서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기업들은 IMF사태로 감량경영에 들어가면서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보안관리조직을 대폭 축소했으며, 첨단 기술인력도 실직 등의 불안감때문에 스카우트 제의나 불법적인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상황이어서 산업기밀 유출 위험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게 국정원의 분석이다. 국정원 등 관계기관에 포착된 다국적기업 등의 산업스파이 활동 사례를 보면 외국의 사설정보업체까지 등장한다. 미국의 사설정보업체인 C사의 경우 기업정보 수집을 의뢰받고 각종 첨단장비를 국내로 반입, 정보수집 대상자가 지워버린 컴퓨터 파일을 복구하는가 하면, 감청은 물론 대상자의 비리수집 활동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업체는 특히 정보수집 대상자가 자주 찾는 룸살롱 종업원을 매수, 감청장비를 설치해 대화내용을 도청하거나 국내 이동전화 대리점 직원을 매수해 정보수집 대상자의 통화내역을 입수하는 등 각종 불법탐지 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 일본인 기술고문은 지난해 4월 CDMA 상용화 기술을 보유한 H전자와의 계약이 만료되자 CDMA 부품회로도 등 핵심기술을 가방속에 숨겨 반출하려다 적발됐고 이에 앞서 1월엔 반도체 회사인 S사 전직 직원 등이 반도체기술판매 벤처기업을 위장한 회사를 설립, 대만 경쟁사에 국내 반도체 기술을 유출시키기도 했다. 10월엔 미국 C사가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핵심기술자인 유모씨 등을 스카우트, 기술회사를 설립해 해외합작투자 형태로 LCD기술을 유출하려 했으며, 지난달엔 빅딜 관련업체인 A사에서 내부 보안관리 소홀로 공정핵심 프로그램이 입력된 컴퓨터하드디스크를 도난당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밖에 미국 M사는 지난해 4월 H, S사로부터 CDMA상용화 기술 핵심연구원 수십명을 스카우트해가는 「고전적인 수법」을 썼다. 국정원은 또 민간기업뿐 아니라 일부 공직자들도 개인이익을 위해 국가기밀을 외국에 팔아넘기는 사례가 있다고 보고, 정부기관 보안담당자들에게 보안관리기법을 지도하는 등 공직자들의 보안의식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이와 관련, 지난 94년8월 당시 안기부는 미국 무기중개상에게 군사기밀이 유출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3년간 추적한 끝에 국방부에서 무기구매를 담당하는 현역중령이 무기판매 중개업자와 동업조건으로 무기중개 회사를 설립, 「국방중기계획」이라는 2급비밀 등 30여건을 유출한 사건을 밝혀내기도 했다.【김준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