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는 그간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돼왔다. 기준금리가 1.5%로 사상 최저로 내려가면서 가계부채는 이미 1,100조원을 넘겼다. 정부도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을 늘리는 등 구조개선에 적극적이지만 금리인상 같은 여건 변화에 가계부채가 부실화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55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가계부채를 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꼽아 이런 우려가 반영됐다. 향후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부문으로는 10명 중 4명이 일자리 창출을 언급했다. 복지를 늘리기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면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는 견해가 60%에 육박했다.
◇30~40대 및 자영업자, 가계부채 위기감 더 커=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을 묻는 질문에 가계부채(34.7%)는 △계층 간 불평등 심화(23.6%) △급속한 고령화(21.3%) △수출부진(7.9%) 등을 압도했다.
30대가 40.8%, 40대가 36.1%로 60대 이상(30.4%), 20대(32.8%) 등에 비해 높았다. 직업별로는 유일하게 자영업자(43.7%)가 40%를 넘었다. 사무·관리·전문직과 학생들은 각각 34.2%, 36.6%가 계층 간 불평등 심화를 꼽아 가계부채보다 4.7%포인트, 9.4%포인트 더 높았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생계형 부채 증가와 전세난 등으로 주택 구입에 나선 실수요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대가 "일자리가 없다" 아우성=향후 중점 경제정책 분야로는 일자리 창출이 39.7%로 2위인 내수활성화(21.2%)를 두 배 가까이 앞섰다. 노동시장 개혁과 전월세 등 주거안정은 각각 14.2%와 12.9%로 뒤를 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30대 초중반대의 젊은 층보다 50대(40.1%)와 60세 이상(47.8%) 등 중장년층에서 일자리 창출을 꼽은 비율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청년층이 실업자로 전락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동시에 급속한 고령화 속에 중장년층의 노후 준비도 많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정구현 KAIST 교수는 "기대에 맞은 일자리가 없다는 게 심각하다"며 "결국 노동시장 개혁이 시급한데 강성노조로 정규직에 대한 과잉보호에 손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노동시장 개혁과 주가안정 대책의 경우 30대와 판매영업 서비스 직군에서 답변이 높게 나왔다.
◇추가 세금 부정적이지만 올려도 소득세는 안 돼=응답자의 57.4%가 '추가 세금을 낼 의향이 없다'고 밝혀 '의향이 있다'는 응답(40.5%)보다 16.9%포인트 높았다. 어려운 경제에다 무상복지 등에 대한 거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월소득 200만원 이하(64.4%) △60세 이상(60.4%) △20대(59.2%)가 '낼 의향이 없다'고 많이 답했다. 만약 증세한다면 우선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9.8%에 달했다. 종합소득세(21.2%), 부가가치세(6.8%), 근로소득세(4.2%) 등이 뒤를 이었다. 정 교수는 "빡빡한 살림 탓인 것 같다"며 "법인세는 세계적으로 하향 추세인데다 올리면 시장에 나쁜 신호를 줄 수 있고 소득세는 국민연금 등 사회복지부담금을 포함하면 올릴 여지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주택가격을 묻는 질문에는 '오를 것(30.8%)'과 '내릴 것(28.1%)'이라는 응답이 비슷했다. 20대(51.9%)가 오를 것으로, 40대(34.3%)가 내릴 것으로 많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