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4일부터 이틀 동안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와튼 글로벌 포럼 도쿄 2013'이라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 행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이 동문을 초청해 경제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다. 펜실베이니아대 동문인 김 총재는 25일 오전 주요 연설자(Keynote Speaker)로 나와 연설을 했다. 연설 내용은 '인플레이션 타기팅(물가안정목표제)'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와튼 글로벌 포럼' 홈페이지에는 주요 연설자로 김 총재의 이름이 올라 있으며 '중앙은행 총재 연설 게시판'이라는 페이지에는 '인플레이션 타기팅'이 주요 주제라고 명시돼 있다. 연설 주제가 민감한 사안임에도 김 총재의 도쿄 방문 사실과 연설 내용은 사전에 언론에 공지되지 않았다. 한은 관계자는 "와튼 포럼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동문 모임으로 사적인 성격의 행사여서 공식 일정에 올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 총재 복귀 후 한은 내부에서는 출장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우선 연설 내용을 해외 대학 동문에게만 공개하고 국내 언론에 알리지 않은 것이 적절하냐는 것. 한 금융계 관계자는 "통화 당국 수장이 금리와 밀접한 주제에 대해 연설하면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참석자와 비참석자 간 정보 비대칭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와튼스쿨 졸업자들은 경제ㆍ금융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출장비용과 관련한 구설도 오르내리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한은 비서실은 출장 전날인 23일 '사업결의(2013 도쿄 글로벌 포럼)'라는 제목의 문서를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결제권자는 '팀원(3급)', 수신자는 '내부결제'로 돼 있다. 한은 내부에서는 '사업결의'라는 문서가 출장비 청구 목적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한은의 설명대로 "사적인 행사여서 비공개로 부쳤다"면 '사업결의'라는 문서를 게시판에 올릴 이유가 없고 한 발 더 나아가 실제 출장비까지 청구했다면 '뒷말'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정상돈 한은 총재 비서실장은 "와튼 포럼이 동문 모임인 것은 맞지만 한편으로는 외국 유력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만큼 공식 행사로 볼 수 있어 사업결의 문서에 참석비용에 대한 언급이 있을 수 있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참석비용은 총재 사비로 결제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총재의 개인 돈으로 행사 참석비용을 결제했으나 참석 전 비용을 청구한 사실은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