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외국환은행들이 중국 은행에서 개설한 무역신용장 매입을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대중(對中) 수출업체들의 수출이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현지 진출 업체들의 자금난도 가중되고 있다.22일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재철·金在哲)가 국내 외국환은행 및 대중(對中) 수출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 서울, 한빛, 외환, 조흥, 제일, 신한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이 중국 금융기관이 개설한 신용장 매입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 김인규(金仁圭) IMF대책팀장은 『상당수 외국환은행들이 본점 차원에서 중국 금융기관이 개설한 무역신용장 결제를 제한적으로 처리하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여타 금융기관들의 경우 아직 본점 차원의 대응은 없으나 지점에서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중국 금융기관이 개설한 신용장의 매입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외환은행은 중국내 신용도 5위권을 벗어나는 은행이 개설한 신용장에 대해서는 외국계 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은 경우에도 유산스 신용장(USANCE LC: 일정한 기간동안 신용을 제공하는 기한부 신용장)는 물론 일람출급 신용장(AT SIGHT LC:신용장과 운송서류 등을 제시하면 즉시 대금을 결제해주는 신용장)에 대해서도 매입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국에 중장비 및 부품을 수출하는 A사의 경우 중국투자은행이 개설한 일람출급 신용장을 외환은행에 제시했으나 매입을 거절당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람출급 신용장의 경우 즉시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하지만 중국투자은행의 신용도를 문제삼아 매입을 거부했다』며 『이 때문에 재산세 20만원 이상인 사람을 보증인으로 내세운 뒤에 신용장을 현금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이에 따라 중국 금융기관이 개설한 신용장 가운데 외국계은행이 지급보증을 선 신용장 중국내 신용도가 높은 금융기관이 개설한 신용장 등에 대해서는 조건없이 매입해줄 수 있도록 정부당국이 지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신용도가 높은 고정 바이어로부터 받은 신용장 신용도가 높은 국내 수출업체가 제시한 중국 신용장 등에 대해서도 적극 매입해 줄 것을 함께 건의했다.【김형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