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동통신 업계 3위인 스프린트와 4위인 T모바일의 인수합병(M&A) 협상이 타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양사가 합병하면 스프린트 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가 글로벌 2위 이통사로 떠오르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스프린트가 T모바일 주가에 17%의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40달러선에 이 회사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총 인수가격은 약 320억달러(32조7,000억원)다. 스프린트는 T모바일 지분 67%를 보유한 독일 도이치텔레콤에 자사 주식 50%, 통합회사 주식 50%로 대금을 치를 계획이다. 관계자들은 협상이 아직 진행되고 있으며 공식 발표는 오는 7~8월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스프린트가 물어야 할 위약금만도 최저 10억달러나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위험한 조건을 내걸면서까지 스프린트가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선 것은 미국 내 1, 2위 이통사인 버라이즌와이어리스 및 AT&T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프린트는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를 따라잡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이 기업을 사들인 손정의(일본명 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은 T모바일 인수가 스프린트의 경영쇄신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다. T모바일도 이번 합병에 사활을 걸기는 마찬가지다. 소프트뱅크의 자금력에 기대 버라이즌·AT&T를 추격할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스프린트와 T모바일 간 합병의 최대 걸림돌은 반독점 규제당국이다. 합병안의 최종 승인권한을 가진 미 법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자국 이통업계를 4강 체제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외신들은 485억달러 규모의 AT&T-디렉TV(미 위성방송 업체) 인수나 450억달러짜리 컴캐스트-타임워너케이블 인수처럼 최근의 굵직한 통신업계의 합병 소식이 스프린트-T모바일 측에 M&A 명분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당국이 모든 거래를 승인하는 데는 여론의 눈치가 보이는 만큼 오히려 이번 합병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