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 워싱턴DC에서 개최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여전히 동상이몽(同床異夢)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경제위기 돌파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반면 미국은 사이버해킹과 남중국해 문제를 부각시키며 중국을 한층 압박할 계획이다.
18일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전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제7회 중미 공상업계 포럼에 참석한 미국 측 대표단과 만나 "중미 관계의 본질은 호혜공영(윈윈)"이라며 미국과의 협력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어 "일부 갈등의 경우 서로 핵심 이익을 존중해 전략적 오판을 피해야 한다"면서 "건설적인 방식으로 갈등을 관리ㆍ통제함으로써 공동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최근 우려되고 있는 중국 경제에 대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중국 경제의 성장속도 둔화는 발전방식 전환, 경제 구조조정, 앞선 자극정책 효과 감소시기 등이 중첩된 결과일 뿐"이라며 "중국 경제는 장기적으로 중고속 성장을 이룰 완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경제활력 찾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시 주석의 방미길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동행해 시애틀에서 미국 측 기업들과 비즈니스 교류확대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이 자리에는 중국 측의 마윈 알리바바 회장을 비롯해 마화텅 텐센트 회장, 리옌훙 바이두 회장, 량위안칭 레노버그룹 대표 등 15명, 미국 측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0), 메리 배라 제너럴모터스(GM) CEO, 데니스 뮬런버그 보잉 CEO,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CEO 등 15명이 참석한다.
중국의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 중 하나인 고속철도 수출도 이뤄진다. 중국 중앙재경영도소조는 내년 9월 말 로스앤젤레스(LA)와 라스베이거스 사이 370㎞를 고속철도로 잇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초기 투자금은 1억달러지만 향후 프로젝트 가치는 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메가 프로젝트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지난 1979년 덩샤오핑의 방미 때와 같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쑤거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원장은 "중미 관계는 새로운 전환기에 진입하고 있으며 중국의 개혁개방도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며 "시 주석의 이번 방미가 21세기 중미 신형 대국관계의 방향을 확립하고 새로운 청사진을 확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시 주석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간 정상회담의 초점을 경제와 신형 대국관계에 맞추고 있지만 미국은 안방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사이버해킹과 남중국해 문제 등을 창으로 삼아 강한 공격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16일(현지시간) 중국의 사이버해킹에 대해 "대응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양자(미중) 관계에 상당한 제약이 될 것"이라며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다. 정상회담을 앞둔 미묘한 시점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언급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중 관계에서 해킹 문제가 선결과제라는 점을 처음 강조한 것으로 일각에서는 정상회담 이전에 압박수단으로 사이버해킹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여기에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중국의 위안화 환율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경우 양국 정상회담이 오히려 갈등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