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제조기업 '날개'… SK '4.0 시대' 연다

SKT, 하이닉스 우선협상자로 선정
섬유·에너지·정보통신 이어 반도체 새 성장엔진 달아
그룹 총자산 114조로 늘어 국내 재계 2위 자리도 넘봐
글로벌 성장 위한 승부수 최태원 회장 견인차 역할


SK텔레콤이 사실상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확정지으면서 반도체를 신성장동력으로 장착한 SK의 4.0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됐다. 지난 1953년 섬유기업(1.0)으로 일어나 1980~1990년대 정유(2.0)와 통신서비스(3.0)로 재계 3위로 올라섰던 SK그룹이 반도체라는 신성장동력을 품에 안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아울러 '만년 내수기업'의 멍에를 벗어 던지게 된 SK로서는 11월11일은 60년 가까운 그룹의 숙원과제를 푼 역사적인 날로 기록하게 됐다. ◇SK '4.0 시대' 개막=SK그룹은 온갖 악재를 뚫고 결국 하이닉스를 손에 넣게 됨에 따라 에너지ㆍ화학과 정보통신을 축으로 한 기존 성장판에 반도체라는 '제3의 성장날개'를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에너지ㆍ통신ㆍ반도체'의 삼각편대로 새로운 진용이 갖춰진 것. SK는 과거 대한석유공사(유공) 인수를 기반으로 화학ㆍ윤활유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한국이동통신을 사들여 통신서비스와 인터넷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등 인수합병(M&A)으로 비약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이번 하이닉스 인수 역시 반도체를 기반으로 전자산업으로 새롭게 진출, 또 한번의 '퀀텀점프'를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하이닉스 인수로 지금까지 SK의 발목을 잡아왔던 내수기업이라는 비판을 일거에 벗어 던지게 됐다. SK는 수출비중이 60%를 넘는 에너지ㆍ화학과 함께 90% 이상이 해외로 수출되는 반도체를 쌍두마차로 내세워 명실상부한 대표적 수출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기 때문이다. 그룹 사업구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전체 매출 가운데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던 에너지ㆍ화학(54%)은 하이닉스 인수 뒤 절반 이하인 48.7%로 낮아지게 된다. 물류금융서비스(29.9%)와 정보통신(16.1%) 역시 각각 26.9%와 14.5%로 줄어든다. 반면 새로 편입되는 반도체 사업은 전체 매출의 약 10%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K가 앞으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확대를 통해 하이닉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돼 그룹 내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2위 자리 넘본다=SK의 하이닉스 인수는 국내 재계 서열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인수를 확정하면 SK그룹은 자산규모 기준 재계 3위 자리를 확고히 굳히는 동시에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을 바짝 뒤쫓게 된다. 올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기업집단 자산순위'에 따르면 삼성그룹이 230조9,000억원으로 부동의 1위를 지킨 가운데 현대차그룹(126조7,000억원)과 SK그룹(97조원), LG그룹(90조6,000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하이닉스(자산총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7조5,000억원) 인수를 완료하면 SK그룹의 총 자산은 114조5,000억원으로 증가해 현대차그룹과의 간격을 좁히게 된다. ◇그룹 명운 건 최태원 회장의 승부수=총수 일가를 겨냥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예고된 가운데서도 SK그룹이 예정대로 하이닉스 인수를 진행한 것은 무엇보다 최태원 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남몰래 반도체 산업 공부를 하며 지속적인 글로벌 성장을 위해 수출제조업인 반도체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지목했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 회장의 이 같은 승부수는 탁월한 기업가 정신으로 과감하게 유공과 한국이동통신 인수에 성공한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의 강단 있는 성품을 빼닮았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1993년 고 최 선대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그룹 총수에 오른 최 회장은 그동안 소버린 사태 등 큰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그룹의 기반을 튼튼히 다져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의 안정적이고 선도적인 경영능력이 SK의 4.0 시대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하이닉스 인수 이후 최 회장이 보여줄 경영능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