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天安門 이후 10년

장인영 국제부차장10년전 6월3일 밤 10시의 중국 톈안먼 광장. 후야오방 전 당총서기가 심장병으로 사망한 89년 4월15일 촉발된 대학생들의 시위는 5월 20일의 계엄령선포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이날 밤에도 광장에서는 「부패타도」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외침이 광장을 울리고 있었다. 「해방구」로 변한 광장에는 9M 높이의 「민주 여신상」이 세워졌고 그 주위에는 시위대들의 텐트촌이 형성됐다. 밤이 깊어지면서 갑자기 광장주위에서 인민해방군의 요란한 탱크 소리와 총소리가 시위대들의 귓전을 가르면서 광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새벽 동이 튼 톈안먼 광장은 이미 중무장한 인민해방군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나중에 중국정부는 「6.4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군인까지 합쳐 300여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외신들은 1,000명 이상이 사망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요일 아침 전 세계인에 충격을 던져준 톈안먼의 비보는 잇달아 터질 세기말적 변혁의 예고편이었다. 이란혁명을 이끌어낸 후 10년간 이란을 통치한 아야툴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같은 날 사망, 개혁파와 보수파간의 치열한 권력투쟁이 시작됐다. 또 폴란드에서는 자유선거에 의한 총선이 실시돼 재야세력을 압승을 거뒀다. 이후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동독공산당이 차례로 쓰러졌다. 89년 11월9일 베를린장벽의 붕괴는 이데올로기대립의 종언을 상징했으며 이힘은 마침내 구소련 공산당정권마저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톈안먼 사태이후 세계는 이전에 예상치 못했던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냉전시대가 종식된 이후 무소불위의 정치적, 경제적 파워를 갖게된 미국주도의 새로운 세계질서구축이 진행됐다. 아시아외환위기와 코소보사태는 이같은 작업을 가속시키고 있다. 이같은 변혁의 와중에서 거품경제붕괴로 지난 10년동안 살을 깎는 경기침체의 고통을 받아온 일본경제는 바닥탈피를 위한 막바지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올해 유로화 체제를 출범시킨 유럽은 유로화안정을 통한 유럽경제부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톈안먼 사태이후 중국은 러시아와 달리 꾸준한 경제성장을 통해 미국을 맞상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강대국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또 통화위기를 겪은 아시아와 중남미 국가들은 빠른 회복을 위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이같은 세기말적 변혁과 각국의 움직임은 「새로 다가올 1,000년을 준비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통화위기에 휩쓸려 「경제식민지」나 마찬가지인 IMF체제에 들어갔지만 이를 「다시 태어나기 위한 기회」로 받아들이자며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최근 드러나는 행태들은 「오히려 과거로 돌아가는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긴다. 「사회지도층」이나 부유층들의 몰지각한 행태,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국민의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새로운 천년에 대한 준비자세가 더욱 빠른 속도로 헤이해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IYCH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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