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전략이 보수 강화로 바뀌고 있다. 후보 선출 직후 민주화ㆍ호남ㆍ청년세력 품기에 몰두하던 그가 방향을 돌려 집토끼 잡기에 나선 것이다. 대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출렁이는 표심 때문으로 보인다.
박 후보의 최근 행보에서는 보수대통합이 두드러진다. 그동안 박 후보와 소원했던 범보수와 연합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이 '원조 보수'를 주장하는 선진통일당과 25일 합당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를 통해 15년 전 탈당한 이인제 선진당 대표가 합류했고 이회창 전 대표 측과도 손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997년 당시 신한국당을 탈당해 대선에 출마한 이인제 전 대표가 보수 진영의 500만표를 획득한 점은 당시 이회창 후보의 주요 패인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탄생을 뒷받침한 뉴라이트 계열과의 화합에도 적극적이다. 박 후보는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열린 선진화시민행동 주최의 행사에 참석했다. 선진화시민행동은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인사들이 주축이 된 단체로 상임대표인 서경석 목사와 상임고문인 김진홍 전 뉴라이트 상임의장은 현 정부 내내 세종시 수정안 논란 등에서 박 후보와 일정 거리를 둬온 인물이다.
역시 상임고문인 박세일 교수는 17대 국회에서 박 후보와 세종시 견해를 달리하며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했고 4ㆍ11 총선 직전 보수 성향 중도신당인 '국민생각'을 창당하면서 박 후보와 경쟁했다.
그러나 박 후보는 행사에 앞서 이들과 티타임을 갖고 '구애의 제스처'를 취했다. 박 후보가 이들에게 "국가 비전과 교육을 통해 변화를 이룩한다는 신념도 그렇고 (공감하고)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했고 이들은 "좌파정권을 막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박 후보는 21일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과거사 털기를 마무리 지었다. 최필립 이사장의 퇴진 등 목표한 성과는 이루지 못했지만 더 이상 과거사에 매달릴 수 없다는 게 캠프의 판단이다. 캠프 관계자는 "박 후보가 선제적으로 역사관 사과를 해서 과거사 논란을 털어버렸으면 좋았겠지만 이제는 대선이 코앞"이라면서 "앞으로는 보수 표 결집과 정책 행보를 통해 안정적인 박 후보와 불안정한 야권 후보 구도로 몰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후보가 애초 강조한 중도 확대가 보수 강화 전략과 부딪치기도 한다. 김무성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이 '안철수식 복지는 공산주의'라고 비판하자 색깔론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는 당내 지적이 나왔다. 사실확인이 힘든 서해북방한계선(NLL) 공방을 지속하는 것도 표 확장에는 뚜렷한 효과가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의 보수 강화에 비판적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2010년 천안함 폭발 때도 안보의식 고취로 선거에 유리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NLL 문제로 계속 공세적으로 나가는 것이 대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정책에서도 내부 충돌은 두드러진다. 2007년 시장자율을 강조한 박 후보의 공약을 완성했던 김광두 국민행복추진위 힘찬경제단장과 김종인 위원장의 이견이 그 예다. 김광두 단장은 1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공약을 추진했지만 김종인 위원장이 일단 "공약으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이날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12 간호정책 선포식'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더 좋은 정책이 되도록, 보완되도록 조율하고 노력해 최고의 정책을 내놓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책과 관련해 항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차이 나는 것을 당이 내놓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