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 우크라 유탄 맞나

템플턴, 우크라 외화표시 채권 64억달러 보유
환매 대비해 한국채 팔아 유동성 확보 가능성
자금 회수 본격화 땐 일시 금리상승 불가피


국내 채권시장에 프랭클린템플턴 주의보가 발동됐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문제는 아니다. 템플턴이 우크라이나의 정정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시장에서 유동성을 확보하리라는 우려가 채권시장에서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은 94조6,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95조6,000억원)에 비해 1조원가량 줄어든 수치다. 외국인은 특히 지난주에 만기가 짧은 통화안정채권 위주로 7,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오는 6월10일 만기가 돌아오는 3년 만기 국채 '03500-1406(11-2)'도 2,9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지난주부터 '템플턴이 보유채권을 팔기 시작했다'는 루머가 돌았다. 이유는 불명확했다. 지난주 말 우크라이나 사태가 알려지면서 템플턴의 매도 배경이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지난주 말 친러시아파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탄핵했고 야당 지도자인 율리야 티모센코를 석방했다. 우크라이나의 정정불안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우크라이나의 국채 신용등급을 CCC로 강등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템플턴은 현재 64억달러(6조8,8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외화표시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채권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주부터 템플턴이 국내시장에서 매도에 나선다는 루머가 돌았는데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국시장에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채권시장은 당분간 템플턴의 움직임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템플턴은 '템플턴글로벌펀드(룩셈부르크)'와 '템플턴글로벌본드펀드(미국)' '템플턴토털리턴펀드(룩셈부르크)' 등을 통해 국내 채권에 229억달러(24조6,000억원)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채권에 투자한 전체 외국인의 25%가량이 템플턴이 운용하는 채권펀드인 셈이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채권펀드의 환매수요가 발생할 수 있어 템플턴이 현금을 미리 확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우크라이나에서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만큼 한국 채권시장에서 유동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또 "템플턴 펀드의 한국채권 보유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템플턴이 매도에 나서면 채권시장에서 일시적 금리상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채권시장이 받는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외국인은 이날 국채 3년물 선물을 5,900계약 이상 순매수했고 국채금리도 큰 변동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템플턴이 지난주 매도를 통해 일시적인 유동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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