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철도노조의 유례 없는 장기파업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노동계가 또다시 정치파업을 계획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따르면 민노총 산하 산별노조들은 25일 총파업을 실시하기로 뜻을 모았다.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도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20일 결과를 발표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5일부터 파업에 참여할 인원을 끌어모으기 위해 전국 현장순회를 하고 있으며 15일 '국민파업 열기 지피는 주말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총 2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파업이 'KTX·의료 등 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분쇄' 등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의 25가지 총파업 요구안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요구안은 △대선 개입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기초연금 정부안 철회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저지 △키리졸브 독수리 한미 연합 전쟁연습 중단 △재벌개혁과 적극적 경제민주화 추진 △노조 파괴 삼성재벌 규탄 등 진보 진영에서 나왔던 각종 정치구호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여기에 박근혜 정권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합법파업은 임금 등 근로조건 개선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데 민노총의 이번 파업은 이 같은 원칙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민주노총은 21일 대의원회의를 열어 총파업 투쟁계획을 확정한 뒤 25일 서울시청광장 등 도심 곳곳에서 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다만 민주노총의 바람대로 많은 조합원들이 정치파업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13일 대의원회의에서 2014년 투쟁계획을 결정하려고 했으나 회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21일로 미뤘다. 현대차 노조 등 금속노조의 총파업 찬반투표도 정치적 목적의 파업에 염증을 느끼는 조합원들이 많아 가결 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노총의 파업 움직임에 대해 정부는 전형적인 정치파업으로 보고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날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민주노총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길 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고 정치적 요구를 내세워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며 "정당성이 없는 불법정치파업은 관련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노동계 불법정치파업에 대한 경영계 지침'을 회원사에 전달하며 "민주노총의 파업은 명분·절차에 있어 정당성이 결여된 불법파업이며 각 기업들은 불법파업 주동자뿐 아니라 단순 가담자도 원칙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국회에서 극적으로 합의해 파업을 멈췄던 철도노조도 또다시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후2시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공사 경영진은 노사 간 교섭을 통한 문제 해결보다 징계·손배가압류 등 탄압을 통해 노조를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며 "이 같은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경우 25일부터 경고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