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협정 체결 대아시아 파장/무역증대 효과 미미할듯

◎“떠오르는 거대시장” 중·인 불참/일부국 무관세 실시 유예 검토정보산업 관련 상품의 무관세를 목표로 지난 13일 체결된 정보기술협정(ITA)이 아시아 국가에게 주는 혜택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주장하듯 아시아 전체 무역의 폭발적 신장을 가져올 수 있을까. 미국 등의 주장은 불행히도 「희망사항」에 불과할 수 있으며, ITA의 효력이 아시아국에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ITA에 정보산업의 최대 시장으로 부상중인 중국과 인도가 빠져있는데다 일부국의 경우 무관세 실시를 유예할 것을 검토중인 점 등을 들어 협정이 주는 직접적인 부대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널지의 이같은 전망은 협정참가국이 생각하는 미래 정보기술(IT) 시장의 규모에서 우선 반증된다. 세계적 정보산업관련 조사기관인 IDC가 내다보는 올해 아시아 IT시장은 지난해보다 약 18%가 증가한 1천5백90억달러. 미국 등은 무관세 실시로 IT시장이 6천억달러까지 팽창할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여기에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의 최대시장으로 발돋움할게 확실시되는 중국과 인도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ITA에 별다른 매력을 갖고 있지 않다. IDC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개인용컴퓨터(PC)에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전체시장의 25%를 점유중이다. IDC는 중국의 점유율이 2000년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이 정보상품에 대한 관세율(20%)을 무관세로 전환할 경우 시장가치는 엄청나다. 이같은 수치는 그러나 중국이 ITA에 가입하지 않는한 「화중지병」에 불과할 수 있다. 일부 상품의 경우 최대 30%에 이르는 밀수품때문이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동통신기기 업체인 모토롤러는 인도에서 삐삐 및 셀룰러폰의 이용이 가능한 인구를 약 1억5천만명으로 추산한다. 반면 현재 이용인구는 50만명에 불과하다. 모토롤러는 그 이유를 58%에 이르는 고관세때문으로 풀이한다. 양국이 무관세 시대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아시아국들에게 ITA의 매력은 그만큼 감소하기 마련이다. 동남아 일부국이 무관세 목표시한인 2000년을 지킬 가능성이 희박한 점도 ITA 참가국을 시큰둥하게 하는 요인이다. 저널지는 1차 관세 삭감기한인 97년 7월은 물론 98년까지도 참가국들이 관세를 줄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는 민감품목에 대해 2000년 이후에도 유예기간을 설정해줄 것을 요구중이다. 결론적으로 ITA 참가국 전체의 2000년 무관세 실시는 난망일 수 밖에 없으며, 효과 또한 반감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싱가포르와 홍콩 필리핀 등이 실상 무관세를 실시중인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들 국가는 설사 무관세가 실시된다해도 더이상의 신규 투자를 유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투자기업들이 인근 국가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수출이 당장 올라서는 것도 아니다. 최대 수출지역인 중국과 인도는 물론 인근 동남아지역 역시 빠른 시일내 시장확대를 기대키는 어렵기 때문이다.<김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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