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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내셔널리스트' 또는 '야스쿠니신사 뒤뜰에서 튀어나온 괴물'
현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에 대한 한국인 일반의 생각을 이 책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이 정도쯤 되지 않을까. 대부분 현재 한일관계가 해방 후 최악의 상태에 도달한 이유를 우경화 성향이 짙은 아베 총리의 재집권과 우익 성향 인사들의 망언에 돌리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러나 일본 등 아시아에서 주로 활동해온 정치경제학자인 저자는 이 같은 한국인 일반의 인식에 대해 반문한다. '한 사람의 정치가 때문에 인구 합계 1억 7,000만에 이르는 두 나라의 관계가 위기에 이른다면 이것이야 말로 연구대상이 아닐까'
실제 '아베 신조의 일본'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저자가 방점을 찍는 부분은 '아베 신조'가 아닌 '일본'이다. 2006년 52세 나이로 전후(戰後) 최초의 총리가 됐지만 1년을 겨우 채우고 실각한 정치인을 2012년 다시 불러온 일본의 현재에 대해 재조명해보자는 것이다. 저자가 일본과 일본 정치 엘리트의 심층 심리를 분석하기 위해 가져오는 것은 '지정심리(geopolitical mentalities)'라는 개념이다. 지정심리는 '지정학적 조건과 긴 역사를 통해 형성된 심리 및 정서체계'를 함축해 이르는 말로 저자가 30여 년에 이르는 관찰과 연구를 바탕으로 도출해낸 준거의 틀이다. 틀에 근거한 저자의 다면적인 일본 분석 중 하나를 단편적으로 소개하면 이렇다.
일본은 세계 보기 드문 도서국가로 온통 바다로 둘러싸인 6,852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섬들의 총 면적의 73%를 채우는 것이 바로 해발 고도 1,000m 이상의 산지(山地)다. 아울러 사계절이 분명하고 무서운 태풍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몬순기후를 갖는 일본의 자연조건 속에서 일본인은 자연에 순응하고 서로 간의 관계를 중시하다 못해 '어렵게 여기는' 정신풍토를 갖게 됐다. 저자가 일본과 한국의 관계가 크게 삐걱대기 시작한 시점이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왕 사과' 언급이 있었던 후라고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당시 친한파로 분류됐던 아사히신문의 전 주필이 허탈한 표정으로 "한국인에게는 진정 '오모이야리'가 없는가'라고 했던 광경이 기억에 남았다고 말한다. 오모이야리란 타인의 입장이나 배려를 가리키는 말로, 일본 국민성의 한 요소로 꼽힌다.
물론 왜 하필 지금, 아베여야 했는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아베 신조라는 개인의 역사와 정치인으로서의 업적, 일본 내부에서의 평가, 그를 둘러싼 환경과 인물들을 분석하고 60분간의 직접 만남을 통해 '아베 신조'라는 인물의 심층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는 '쇼와(昭和)의 요괴'로 불렸던 일본의 거물 정치인 기시 노부스케를 외할아버지로 두고, 중의원 선거에서 총 11선을 기록한 아베 신타로를 아버지로 둔 일본 정계의 순혈종마(純血種馬)로서의 아베 신조를 보여준다. 더불어 아베가 1993년 중의원선거에서 당선된 후 들어갔던 자민당 유력 파벌 세이와카이(淸和會)와 현재 아베의 정치적 인맥의 보고라 볼 수 있는 초당파 우익 의원 모임 '창생 일본' 등의 유래와 활동을 분석해 현재 아베 총리가 가진 생각의 기틀을 추측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아베노믹스로 대표되는 정책 분석도 곁들인다.
일본이 현존 수상에 대해서는 평론서를 쓰지 않는 점을 볼 때 이 책은 아베 신조라는 정치가를 종합적으로 조망한 유일한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베가 2018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한일관계의 긍정적 전환을 그리는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