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ADIZ 주변국 대화로 해결" … 시진핑 "중ㆍ미 세계평화 의무 있어"

방공식별구역 팽팽한 기싸움

중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가 역내 긴장고조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일본 등 관련국 간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 주석은 방공식별구역은 중국 고유의 권리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양국 간 입장차이만 드러냈지만 미국이 중국과의 정면대결 대신 중일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맡고 나섬에 따라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4일 일본을 거쳐 중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미국의 견해를 전달하고 일본과의 대화를 통해 역내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방공식별구역이 중국의 고유 권리라고 강조하며 미중 양국의 공통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지역의 안정과 세계 평화발전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중국의 기존 입장을 다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내 관영매체들은 바이든 부통령의 방중 목적을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보다는 미중 간 신형대국관계 발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으로 동북아 지역의 현상변화를 원하지는 않지만, 일방적으로 일본을 편들어 중국과 관계를 불편하게도 만들지 않는 게 미국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일본과의 동맹관계도 중요하지만 신형대국관계라는 큰 그림을 볼 것"이라며 "중국과 관계가 틀어질 정도의 강한 행동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과 일본이 가장 친밀한 사이지만 외교적 입장에서는 온도 차를 보인다"며 "최근 미국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철회를 직접 요구하지 않는 등 신중한 태도는 일본과 분명한 차이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국은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발표했을 당시 단호한 태도를 보이며 B52 폭격기 등을 동원한 무력시위도 불사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일본의 체면을 살리면서 중일 관계를 중재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주요2개국(G2)로 성장한 중국과 경제협력은 물론 세계 질서에 대해서도 협력을 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마냥 일본 편만 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중국신문망과 인터뷰에서 "방공식별구역은 바이든 부통령에게 돌발의제일 뿐"이라며 "실제 시 주석과 대화에서는 북핵문제, 이란 핵문제 등 더 큰 주제가 다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중국 국방부는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합리적이고 완벽하게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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