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양정환 소리바다 대표

따스함·사람냄새 듬뿍 배인 음악의 바다로 초대할게요
10년전 무료음악사이트 개설 디지털 음원시장 중흥 물꼬 터
줄소송 등으로 고초 겪었지만 유료회원 35만명 보유 건재
소셜·클라우드 기능 강화한 '소리바다2.0' 8월 선보일것



지난 2003년 한 때 회원수 2,000만 명을 넘어서고 무료음악사이트로 음반업계에서 '악명'을 떨쳤던 소리바다. 2001년 음반협회의 고소로 2002년 소리바다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네티즌과 음악애호가들의 기억 속에 추억의 이름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소리바다는 아직 건재하다. 유료 회원이 35만 명이 넘고 지난해 3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어엿한 코스닥 상장사다. 12년 전 창업자가 여전히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부침이 잦은 IT 업계 환경과 줄소송으로 갖가지 고초를 겪은 소리바다의 역사를 감안하면 놀랍다는 평이다. P2P(개인간 파일공유)방식으로 음반시장을 갉아먹는 골칫거리란 오명을 안았지만 이미 10년전 음원시장의 변화를 예측했던 양정환(38ㆍ사진)소리바다 대표. 그는 지금 새로운 디지털 음원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저 또한 소리바다가 아직도 운영되고 있냐는 소리를 종종 듣곤 해요. 소송에서 져서 없어지지 않았냐는 질문도 수없이 받았습니다"

양 대표는 소리바다를 '한 때 잘나갔던 IT 업체' 정도로 알고 있는 세간의 시각을 잘 알고 있다. 법정다툼으로 인해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도 벗을 수 없는 굴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회 등 소리바다를 제소했었던 단체의 이름도 다양해 소송 이야기만으로 하루가 모자랄 지경이다.

"몇몇 사람들에게는 소리바다가 아니라 소송바다였죠. 지금은 그러한 법적 문제는 다 해결됐습니다. 물론 투자를 받은 돈과 상장으로 벌어들인 자금 300억원 가량을 위자료로 지급했습니다"그는 소리바다가 겪었던 고초와 역경을 담아 2010년 '소리바다는 왜?'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디지털 음원 시장 중심으로 재편된 현재 음악 시장을 보면 분명 억울한 측면이 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디지털 음악을 중심으로 시장 질서를 재편하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리바다가 돌풍을 일으키던 당시 양 대표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음악업계 인사는 많지 않았다. 가수 김건모, 조성모 등이 200만 장 이상의 음반을 팔아 치우던 호시절에 대한 향수와 디지털이라는 신규 시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들은 오히려 플랫폼 제공업체에 불과하던 소리바다를 불법유통업자로 규정했으며 기존 시장 질서를 고수하려는데 힘을 기울였다.

덕분에 지금의 음원 시장은 이동통신사 중심으로 재편됐다. 양 대표의 소회는 어떨까. 그는 국내 음원 시장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소송 등의 악재만 없었어도 한국판 아이튠스와 같은 서비스도 소리바다의 이름으로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이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들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기 마련입니다. 예전의 LP가 테이프로 넘어가고 다시 CD시장이 도래했듯 디지털 음원으로의 전환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었죠. 음원 업체들은 당시 대부분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 생존이 힘들 것이라 봤지만 지금의 K팝 열풍은 온라인 기반의 음원시장이 대세임을 방증하고 있다고 봅니다. "

실제 소녀시대, 샤이니 등 인기가수들은 무료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유튜브를 통해 글로벌 스타로 자리잡았다. 각각의 콘텐츠에 저작권료를 받고 음반 판매를 통한 수익 창출에 힘썼다면 도출하기 어려웠을 결과다. 이 또한 양대표가 꿈꿨던 음원 시장의 밑그림중 하나였다.

양 대표는 10년을 끌어온 소송 등 갖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소리바다를 안정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시장 변화에 맞춰 각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모든 음원을 합법적으로 유통하고 있는 것. 실적도 탄탄하다. 소리바다는 2010년부터 매년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부채비율도 꾸준히 줄고 있는 추세다. 시가총액도 1,100억원 이상으로 코스닥 상장업체 중 200위 수준이다. 페이스북에서 음원을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서비스도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등 세계시장에도 손을 뻗고 있다.

양 대표는 오는 8월 내놓을 '소리바다2.0(가칭)'을 통해 또다른 비상을 꿈꾸고 있다. 소리바다2.0은 2000년 대 초반 소리바다의 최고 장점으로 손꼽히던 소셜기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예전에 소리바다를 썼던 사람들은 쪽지 기능을 자주 활용했어요. 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소리바다의 대화창을 열어 자신의 음악관 등을 이야기하며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했구요. 그런 따스함과 사람 냄새나는 공간을 다시금 만들고 싶어요. 솔직히 지금 음원 판매 사이트들은 그냥 상점 느낌만 나잖아요."

소리바다2.0은 클라우드 서비스도 강화해 PC나 스마트폰에 음원을 내려받지 않더라도 웹이나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가상공간에 나만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카페 하나가 생기는 것이다.

우여곡절 많은 이 젊은 벤처인의 꿈은 무엇일까. 그의 꿈은 기실 매우 소박하다.

"서른살 전에는 30억원 정도 벌어서 은퇴한 다음 제 취미생활 하면서 인생을 즐기는 게 목표였어요. 하지만 서른이 넘고 나니 사람들과의 관계나 일에서 얻는 쾌감이 더 컸습니다. 이렇게 일을 하면서 제가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내놓아 모두가 기뻐하는 그런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죠."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것을 본 직원이 드물 정도로 캐주얼 차림을 즐기는 양 대표. 그는 퇴근할 때도 20대 청년마냥 백팩 하나를 메고 유유히 회사를 나선다. 그의 젊은 이미지처럼 12살인 소리바다는 자유롭고 활기 넘친다. 높은 파도를 넘어서 더 큰 바다로 나아가려는 소리바다의 항해는 이제 시작이다. 사진=김동호기자




● 양정환 대표는

▦1974년 서울출생 ▦1993년 미국 JEB스튜어트고 졸업 ▦1997년 미국 콜롬비아대 컴퓨터 공학과 졸업 ▦1998년 MP3플레이어 소리통 개발 ▦2000년 소리바다 개발 ▦2003년 ㈜소리바다 대표






불의 보면 못참아… "음원 종량제 수익 구조 불공평" 쓴소리


■ IT업계의 돈키호테 양 대표

양 대표는 소위 '훈남'이다. 4개월 전 한 방송국 토크쇼에 출연한 그는 잘생긴 외모와 상대를 배려하는 화술로 여성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방송 직후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미혼이라는 사실도 화제에 올랐다. 실제 방송 이후 각종 CF 섭외 및 방송 출연 요청이 줄을 이었다. 맞선 제안이 쏟아졌다.

양 대표는 당시 방송 출연은 그저 주위의 권유에 의해 나간 것뿐이라며 주위의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듯 손사래 쳤다. "직원들이 제가 방송에 나가면 회사 홍보 효과도 있고 이미지도 좋아진다고 누차 권유해서 나가게 됐죠. 방송 이후 조금은 더 바빠진 것 같기는 합니다."

이렇게 방송가에서는 러브콜을 받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불의를 참지 못하는 '돈키호테'로 불린다. 거대 음반 기획사나 경쟁업체가 불공정 행위를 저지를 경우 곧바로 문제제기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음원 종량제 시행과 관련해 유통업체가 아닌 음원 권리자에게 수익이 더 많이 돌아가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며 업계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게임의 법칙이 잘못됐으면 당연히 지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이 조금 더 나은 경쟁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이잖아요."

그는 자신의 돈키호테 기질을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양 대표는 친구와 팔씨름을 하다 인대가 늘어나거나 테니스를 치다 허리를 삐끗한 적이 있다. 다 상대를 이기기 위해 지나치게 몸을 혹사하다 벌어진 일.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절대 지기 싫어요. 그래도 경기에서 질 경우 패배는 깨끗이 승복하는 편입니다. 다만 게임의 규칙이 잘못됐기 때문에 진 경우는 달라요.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항상 목소리를 높여야죠."

모두가 눈치만 보고 쉬쉬할 때도 앞장서서 불공정 행위를 지적하는 양대표. 직원들은 이러한 그를 불안하게 바라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를 항상 응원하는 지원군이다. 청년의 도전 정신을 잃지 않고 10년의 천고만난(千苦萬難)을 이겨낸 것도 돈키호테 정신에서 비롯됐다는 평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