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림화랑 근대 고서화전에 출품되는 소정 변관식 ‘산수도’ |
|
| 우림화랑 근대 서화전 / 표암 강세황 |
|
| 가람화랑 근대미술 명품전 / 박수근‘빨래터’ |
|
| 가람화랑 근대미술 명품전 / 도상봉‘항아리’ |
|
지난해 말부터 불어닥친 금융위기는 미술시장을 움츠러들게 했지만 불황의 장기화는 오히려 고가의 미술품들을 눈 여겨 볼 수 있는 기회로 만들었다. 이는 불황기 문화소비패턴이 부담 적은 저가품과 고가의 명품으로 양극화 되는 경향과 관련 있다.
특히 고가 미술품의 경우 소장가들이 현금유동성에 변동이 생기면서 수십 년 이상 소장하던 작품을 내 놓고, 또 명품 소장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컬렉터들이 발빠르게 움직이는 ‘손바뀜’이 진행 중이다. 전시는 이 같은 움직임의 연결자인 셈이다.
이미 미술사적으로 검증된 고서화와 근대회화의 경우 소장가들이 여간해서 내놓지 않는 만큼 자금 사정이 허락한다면 이 같은 기획전시를 잘 챙겨야 한다.
마침 조선과 근대 ‘스타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전시가 동시에 열린다. 굳이 컬렉터가 아니어도 미술사를 공부하고 안목을 높이는 데 유익하다.
◇우림화랑, 근대 고서화展=겸재 정선과 현재 심사정, 추사 김정희 등 당대 최고 작가의 명품 고서화 140여점이 19일부터 관훈동 우림화랑에서 대중에게 공개된다.
임명석 우림화랑 대표가 수년간 준비해 기획한 ‘묵향천고(墨香千古)’전으로 서예 작품 선별은 KBS ‘진품명품’의 감정위원인 서지전문가 김영복 문우서림 대표가 맡았다.
‘불여묵전사노인십육계(不如嘿田社老人十六戒)’로 노인이 경계해야 할 16가지 과오를 적은 조선 중기 전서(篆書)의 대가 미수 허목의 작품부터 고종황제의 ‘청학정(靑鶴亭)’ 편액, 조카의 결혼식을 축하한 명성황후의 ‘오언축시(五言祝詩)’등이 선보인다. 추사 김정희, 자하 신위, 석파 흥선대원군, 위창 오세창, 백범 김구와 이승만 초대 대통령까지 명인들의 글씨 55점이 전시된다.
그림은 겸재 정선의 전칭작 ‘탐매도(探梅圖)’와 현재 심사정의 전칭작 ‘심매도(尋梅圖)’가 나란히 걸리고 단원 김홍도 ‘강상한취도(江上閑趣圖)’, 오원 장승업 ‘화조도(花鳥圖)’ 등이 출품됐다.
광해군 5년(1613)에 임자년과 계축년생 선비 11명의 모임을 기념해 시를 적고 그림을 그린 ‘임계계회도(壬癸契會圖)’를 비롯해 수운 유덕장 ‘묵죽도’, 표암 강세황 ‘산수도’, 소치 허련 ‘산수도’ ‘묵란도’와 근대 한국화 ‘6대화가’로 꼽히는 의재 허백련, 이당 김은호, 심향 박승무,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심산 노수현의 작품까지 80여 점이 전시된다. 6월3일까지. (02)733-3788
◇가람화랑, 근대미술 명품展=박수근, 도상봉, 오지호, 장욱진, 박고석, 정규, 최재덕, 황염수 등 근대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고화가 8명의 작품 30여점이 18일부터 관훈동 가람화랑에서 선보인다.
박수근의 ‘빨래터’도 전시돼 눈길을 끈다. 지난 2007년 서울옥션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빨래터’와 구도는 유사하지만 15.8×33.4cm 크기의 다른 작품이다.
송향선 가람화랑 대표는 “박화백은 ‘빨래터’ ‘아이업은 소녀’ ‘고목과 여인’ 등을 즐겨 그려 여러 점씩 남겼다”면서 “이번 전시작은 6점 이상 전해지는 ‘빨래터’ 중 하나로 1975년 문헌화랑의 ‘박수근 10주기 기념전’에 걸린 뒤 30 넘게 공개된 적 없던 그림”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돈 75만원에 팔렸고 현 추정가는 6억원 이상이지만 개인 소장작이라 비매품이다. 박수근의 유화 ‘절구질 하는 여인’과 드로잉 1점도 공개된다.
도상봉의 ‘항아리’ ‘라일락’ 등 정물화와 오지호의 ‘목련’과 ‘해경(海景)’ 등 근대 서양화 1세대 작가들의 대표작들이 전시된다. ‘산의 화가’로 불릴 만큼 산을 많이 그린 박고석의 ‘도봉산 풍경’ ‘이른봄-문경새재’ ‘쌍계사’도 출품됐다.
장난기 있는 민화적 화풍에 운치를 담은 장욱진의 ‘관폭도’ ‘팔상도’와 정규의 ‘마을’, 장미꽃을 즐겨 그린 황염수의 작품도 선보인다.
월북화가라 화적이 덜 알려진 최재덕도 소개된다. 근대 서양화가들이 어떻게 한국인의 정서를 토착화 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30일까지. (02)732-6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