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이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급락 하루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29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38.18포인트(2.94%) 오른 1,338.42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오랜 만에 나란히 순매수하며 지수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기관은 무려 17거래일 연속 순매도 기조에서 벗어나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날 기관이 매수에 가세했지만 “본격적인 귀환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관매수의 전량이 프로그램 매매에서 유입된 만큼 이를 감안할 경우 기관은 여전히 매도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기관의 매수공백이 앞으로도 이어지며 프로그램 매매가 주가 흐름을 지배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주가, 제자리로 돌아와 증시가 28일 지나칠 정도로 급락했지만 하루 만에 다시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함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은 안도하는 모습이다. 이날 국내 증시가 큰 폭의 반등에 성공한 것은 조정요인으로 작용했던 돼지 인플루엔자(SI) 및 미국 은행 자본확충에 대한 우려가 지나쳤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전일 시장이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투매성 물량이 나왔지만 이런 우려가 지나쳤다는 지적에 힘입어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호전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급면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반등에 힘을 보탰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504억원, 1,310억원 매수우위를 나타내며 지수반등을 이끌었다. 이들이 동반 순매수에 나선 것은 이달 3일 이후 처음이다. ◇ 기관 순매수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이날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기관의 순매수 전환이다. 기관이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는 18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여기에는 투신의 활약이 컸다. 투신은 이틀 연속 1,000억원 넘게 물량을 사들였다. 그러나 기관의 순매수 전환에 대해 신중한 평가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기관은 여전히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관은 1,310억원 순매수했는데 프로그램 매수 물량이 1,802억원이나 유입된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49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사들인 종목만 봐도 프로그램 차익매수가 유입되는 코스피200 종목이 대부분이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투신은 이틀 동안 한국전력(292억원), LG화학(288억원), 삼성전기(213억원), 삼성SDI(206억원), 포스코(2,00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 프로그램 장세 이어질 듯 현재 외국인과 기관은 선뜻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신경을 쓰고 있고 기관은 펀드자금 유출로 주식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동안 프로그램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프로그램 매수차익잔액은 급격히 줄어 차익매수 유입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될 경우 프로그램 차익거래가 집중되는 코스피200 내 대형주에 관심을 가지라고 권유하고 있다. 최순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매수차익잔액은 7조원 중반 대로 전고점 대비 1조원가량 적은 상황”이라며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물량이 들어올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프로그램 차익매수 물량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적어도 만기일 이전까지는 프로그램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연구원은 “매수차익거래는 코스피200 내 종목만을 다루는 만큼 프로그램 장세에서는 대형주 위주의 접근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