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채권시장 요동 "美금리 더 안내릴것… 투자매력 상실"

인플레이션 우려로 각국 금리인상에 무게 둘판
글로벌 증시 회복세에 "안전자산서 자금이탈"

일본 닛케이 지수가 2.38% 급등한 지난 25일(현지시간) 한 남자가 도쿄 증권거래소의 전광판을 지나고 있다. 이날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일본, 미국, EU 등 국채 선물 가격이 일제히 급락했다./도쿄=로이터연합뉴스


지난 주말 글로벌 채권 가격이 급락(수익률 상승)한 것은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의 금리정책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점차 확산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이제 금리 인하보다는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에 무게를 실어야 할 형편이다. 이와 관련, 미국의 신용 위기가 끝나갈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도 점차 강세로 전환되고 있다. 뉴욕 월가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3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로 낮춘 뒤 금리 인하 중단을 시사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시카고 선물시장의 트레이더들의 비중도 지난 18일 98%에서 일주일새 76%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채권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FRB가 이번 정례회의 때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향후에는 금리를 또 다시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국제 상품시장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1년 전에 비해 80% 올랐고, 쌀ㆍ밀ㆍ옥수수 등 곡물 가격도 공급차질로 크게 오른 상태라 각국이 경기침체보다는 물가 안정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책 결정자들로서는 급등 추세의 상품가격을 안정시키고 이를 통해 경기 회복을 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금리 동결을 선택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뉴욕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채권) 위기로부터 차츰 회복 기미를 보이는 점도 채권 등 안전자산의 투자 매력도를 낮추고 있다. 월가에서는 미국 경제의 회복 시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기준 금리를 3%포인트나 낮춘 정책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경기 반등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면 안전자산 투자 자금이 고수익을 노리고 증시 등 리스크가 큰 시장으로 몰려 들 개연성은 더욱 높아진다. SCM어드바이저의 맥스웰 버블리츠 수석 전략가는 “신용 위기의 최악 국면이 지났다는 진단에 힘이 실리면서 위험 시장에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5일 일본 국채 가격이 폭락한 데는 헤지펀드의 국채 대량 매각설이 시장에 나돈 것이 한 몫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이날 일본 10년만기 국채 선물 가격은 1.49포인트 하락해 135.59로 떨어졌다. 반면 닛케이 주가 지수는 2.38% 급등했으며, 특히 일본의 3월 근원소비자물가지수(CPI)가 10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오는 30일 일본은행(BOJ)의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모건스탠리의 이토 아쓰시 채권 투자전략가는 “금리 동결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면서 외국인 투자자들과 일본 대형 은행들이 일본 국채 투매에 참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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