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국 무역갈등 격화 예고

EU "중국산 자동차 휠 보복관세 인상"

유럽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첨단 제조업 분야인 자동차 산업으로 본격 확대되고 있어 주요국간 무역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입지가 이미 이들 제조업 분야에서도 주요 수출입국으로 '격상'된 상황이어서 양자간 '무역 전쟁'의 양상이 전보다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수입 알루미늄 자동차 휠에 대해 보복 관세를 인상할 방침"이라며 "이날 EU 특별통상위원회의 표결에서 승인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EU는 이 표결에서 중국산 타이어 휠에 부과해 온 보복 관세를 기존 20.6%에서 22.3%로 인상하고 5월 이래 부과해 온 반덤핑 조치도 연장할 방침이다. 신문은 "중국이 점차 정교한 기술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교역 파트너들과의 분쟁도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제조업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며 "새 '라운드'는 중국이 지난 10여년 동안 꾸준히 세를 불려 온 자동차 무역 분야에서 치열해 질 것"이라고 전했다. 올들어 EU와 중국은 신발ㆍ폴리에스터ㆍ자전거ㆍ나사류 등의 무역 과정에서 치열한 관세 공방을 빚어 왔는데, 경공업 분야의 분쟁이 점차 줄어드는 반면 자동차와 같은 첨단 제조업 분야의 분쟁은 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이미 자동차 휠 수출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 일본의 수출액을 합한 것보다도 많은 24억 달러를 수출했다. 하지만 자동차 생산에 수 백 가지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반덤핑 관세 인상에 대해 전과는 달리 유럽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중국시장을 이용해 자사 이익을 높이고 있는 다임러ㆍ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측의 보복 조치를 내심 두려워하며 낮은 관세를 유지할 것을 바라고 있다. 부품사 중에서도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EU 판매 비중이 높은 업체들과는 달리 '전전긍긍'하긴 마찬가지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 일본을 잇달아 제치고 세계 최대 차시장으로 부상한 점과 무관치 않다. EU는 지난해에만 50억달러의 자동차 부품을 중국에 수출했고, 올해에는 이 비중이 더욱 확대되리라 기대하고 있다. 완성차 수출 역시 급증하긴 마찬가지여서 독일의 경우 중국 수출 물량이 2004년에서 2009년 사이에만 배 이상 늘었다. 이와 관련, 중국은 "중국의 수출 가격이 내수 가격보다 높다"며 낮은 관세로 인해 이익을 보고 있다는 EU측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지난 5월 안티덤핑 관세가 첫 부과됐을 때에도 중국 상무부는 "EU가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며 "EU가 반덤핑 관세 연장을 주장할 경우 물론 보복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미 중국은 미국 행정부의 중국산 타이어 관세 인상에 대항해 미국산 가금류와 자동차 부품의 관세를 즉각 인상했었다. WSJ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EU에서도 자동차는 핵심산업"이라며 "알루미늄 휠 역시 가격은 낮지만 주요 자동차 부품 중 하나여서 더욱 문제"라며 복잡한 EU측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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